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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창업 분위기 상상초월… '중국산 유니콘' 쏟아져 나온다

바람아님 2015. 8. 16. 09:18

(출처-조선일보 2015.08.15 이용성 기자)


'세계의 공장' 중국이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위협하는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의 산실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해 360만개의 기업이 새로 태어났고, 같은 기간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의 중관춘(中關村)에서만 

하루 평균 49개의 스타트업이 만들어졌다. 

중국 벤처 캐피털의 투자 액수는 2009년 27억달러에서 지난해(1~11월) 155억7000만달러(약 18조2800억원)로 5배가 

넘게 늘었다. 올해 초 중국의 한 신문사가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0%가 창업을 위해 

학업을 중단할 용의가 있다고 대답했을 정도로 중국의 창업 열기는 뜨겁다.


중국 창업 생태계의 고도성장을 이야기할 때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이나 샤오미의 레이쥔(雷軍) 회장 같은 기업인 외에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또 한 명 있다. '중국 스타트업의 대부' 리카이푸(李開復) 창신공장(創新工場·Innovation Works)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다.

대만 출신인 리 회장은 미국 컬럼비아대 컴퓨터공학과와 카네기멜론대 박사 과정(음성 인식 연구)을 거쳐 현재 미국 시가총액 
1~3위인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주요 직책에 몸을 담았다. 애플에서는 본사 연구·개발(R&D) 부서장으로 
일했고, MS에서는 인터랙티브 서비스 부문 부사장을, 구글에서는 구글 차이나 사장을 역임했다. 
구글은 2005년 그의 전 직장인 MS로부터 핵심 인재를 빼갔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하면서까지 중국 정보기술(IT) 업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하는 그를 영입하는 데 공을 들였다.

2009년 구글을 떠난 리 회장은 같은 해 IT 창업 지원 센터인 창신공장을 창업하면서 혁신과 성공의 노하우를 중국 
스타트업들에 이식하기 시작했다. 스티브 첸(陳士駿) 유튜브 공동 창업자, 류촨즈(柳傳志) 롄샹(聯想·레노보) 회장,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 회장, 유리 밀너, 론 콘웨이 등 중국과 미국의 거물 기업인이 창신공장의 벤처 펀드 투자자다.

▲ 리카이푸 창신공장 회장


베이징의 중관춘에 있는 창신공장의 사무실에서 리 회장을 만나 중국 스타트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리 회장은 2년 전 임파선암 판정을 받고 대만에서 17개월 동안 치료에 전념하다가 올해 2월 복귀했다. 그는 최근 중국 
증시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앞으로도 고속 성장을 이어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창업 열기가 대단합니다. 중국은 미국같이 창의성을 중시하는 교육을 하는 나라가 아니어서 이런 창업 열기는 
의외입니다. 예전에 중국에 애플의 스티브 잡스 같은 혁신적인 인물이 없다고 우려하셨는데, 어떤 배경이 있습니까.

"중국 교육이 소수의 독창적인 천재보다 다수의 우수한 인재들을 양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까닭에 잡스 같은 독특한 
인물이 나오기는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중국에서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중국의 잡스'가 한 명도 나오지 않더라도 앞으로 2~3년 안에 
중국에서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달러를 넘는 스타트업)들이 미국만큼이나 많이 나올 겁니다.

물론 혁신의 범위를 잡스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처럼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경우로 한정한다면 
중국은 미국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실리콘밸리는 아마 앞으로 20~30년간 그런 의미에서의 기술 시장의 혁신을 주도할 겁니다. 
하지만 유니콘들이 창조적인 혁신을 통해서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혁신의 판단 기준이 시장에서의 의미 있는 변화라면 중국이 실리콘밸리에 뒤처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독특한 혁신이 없더라도 크게 성공하는 창업자가 쏟아질 것이라는 얘기인데, 보통 생각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봅니다. 
그러고 보니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강력한 부정부패 척결 운동을 펼치고 있는 탓에 공무원에 대한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도 창업 열기의 한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더군요.

"중국의 창업 열기에는 다른 나라와 크게 다른 상황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상상을 초월하는 '분위기'입니다. 요즘 중국 젊은이들은 창업에 실패하더라도 두려워 않고 다시 도전합니다. 
성공하더라도 한 번에 만족하지 않고 연쇄적으로 창업에 나서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창업 지원에 나선 2009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월 12달러를 받던 영어 교사에서 27조원 재산의 아시아 최대 IT 부자로 변신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성공 신화 영향도 있고, 
경기 둔화로 취업이 어려워진 탓도 있습니다. 
중국 정부도 창업 지원에 적극 나서면서 중국의 창업 생태계는 고도의 압축 성장을 이뤘습니다.

[Weekly BIZ] 창업 분위기 상상초월… '중국산 유니콘' 쏟아져 나온다둘째 이유는 중국 시장의 풍부한 성장 여력입니다. 
미국의 경우 경쟁이 심하고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워낙 높기 때문에 재창조(reinvention)를 통해 
시장에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습니다.

현재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70점 수준이라면 
80점짜리 결과물을 가져와도 소비자들의 행동이 
큰 변화로 이어지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반면 중국은 아직 50점 정도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80점으로 뛰면 폭발적인 반응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의 IT 기업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것도 창조적인 
역량이 특출해서라기보다는 이 같은 시장 상황의 
덕이 큽니다.

미국의 경우 전통적인 리더가 많은 것도 신규 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애니메이션 업계의 예를 들면 디즈니나 마블 같은 기업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중국은 디지털 스타트업 투자의 적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 스타트업의 특징은 어떤 점이 있습니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공유 경제와 관련된 스타트업이 많다는 점이 있습니다. 중국은 인구가 많고 값싼 노동력이 
풍부합니다. 게다가 그 많은 사람이 촘촘히 모여 있습니다.

전국 곳곳에 인구가 분산돼 있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인구 100만명이 넘는 도시가 수백 개에 달하는 등 전국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이른바 '협력 소비'를 바탕으로 하는 공유 경제가 성장하기에 유리합니다.

예전보다 많이 오르긴 했지만 중국의 인건비는 미국과는 비교도 안 되게 저렴합니다. 일례로 중국의 블루칼라 노동자가 
차량 공유 업체 우버 기사로 직종을 변경할 경우 이전보다 네 배를 더 벌 수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2009년 이후 지난 6년간 그의 도움을 받은 116개의 스타트업 중 문을 닫은 곳은 10개에 불과했다. 
매출 1억달러(약 1150억원) 이상 규모로 성장한 기업이 20개가 넘고, 수조원대 규모로 큰 곳도 있다. 
20억달러(약 2조33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는 원터치 사진 편집 애플리케이션인 메이투 슈슈(美秀秀)와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안트파이낸셜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얼굴 인식 솔루션 제공업체 페이스플러스플러스(Face++) 등이 이곳 출신의 
대표적인 성공 기업이다.

―벤처 기업에 투자하다 보면 앞으로 기술 시장의 판도를 읽는 것이 중요할 텐데, 어떤 기술이 유망하다고 보십니까?

"앤디 워홀은 '미래에는 누구나 15분 동안은 유명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세계 기술 시장의 대표 기업은 IBM에서 MS를 거쳐 구글과 페이스북 등으로 변했지만, 트렌드 변화는 시간이 갈수록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15~20년 단위로 보면 어떤 기업도 시장을 '지배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지배적인 기업은 언제나 시장의 빈자리를 통해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나타납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처음 선보였을 때 
안드로이드 때문에 MS의 윈도 사업이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한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반대로 구글이 윈도 같은 PC 기반의 운영 체계를 갖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성공하지 못했을 겁니다."

리 회장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5000만명이 넘는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SNS상에서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영향력이 큰 까닭에 중국 검열 당국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웨이보 수퍼 스타'로도 유명한데 요즘도 자주 글을 올리시나요? 구글과 페이스북을 중국에서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것이 중국의 국제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암 투병 이후 일과 가정에 모두 충실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예전만큼 많이 이용하지는 않습니다. 
웨이보를 통해 중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부분도 있겠지만 적도 많아졌고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도 많았어요.

구글과 페이스북 등 해외 SNS의 사용이 불편해지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중국의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을 말할 정도의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보여주는 게 도움이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 균형의 문제인데, 결국 선택은 중국 정부에 달렸습니다."


☞유니콘

기업 가치가 10억달러(약 1조1700억원)를 넘는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2013년 미국의 벤처 투자자 에일린 리(Lee)가 큰 가치를 인정받는 스타트업이 전설 속의 외뿔 짐승 '유니콘'처럼
찾기 힘들다고 한 데서 대형 스타트업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됐다.


☞리카이푸
창신공장 설립자 겸 CEO다. 

애플 본사의 R&D 부서장, MS의 인터랙티브 서비스 부문 부사장을 거쳐 2005~2009년 구글 차이나 사장을 지냈다. 

리 회장은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다. 팔로어 수는 5000만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