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北韓消息

<북한의 시장> ②북한이탈주민이 전하는 장마당

바람아님 2015. 11. 12. 11:47

 연합뉴스 2015-11-10

 

최고 인기품목은 의류…"한국산 믹스커피 마셔봤다"

 

사치품 거래 증가 추세…'배달서비스'까지 등장했다

2014년 북한을 이탈한 20대 남성 A씨의 어머니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함경북도 청진의 한 장마당에 대형 가판을 차리고 옷을 팔았다.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온 제품이었다.

낮에 공동으로 일해야 하는 농번기가 아니면 매일 아침 9시 당국이 지정한 장소의 장마당으로 가 자릿세를 내고 영업을 시작해 어둑해지는 저녁 8시께 장사를 끝냈다. 장마당에는 3∼4명 관리원이 자리를 지키며 영업 상황을 주시했다.

 

북한 주민들이 시장에서 장작을 주고 팔고 있다. << 갈렙선교회 영상 촬영 >>

 북한 주민들이 시장에서 장작을 주고 팔고 있다. << 갈렙선교회 영상 촬영 >>

 

2013년 2월 북한 시장 풍경 북한 주민들이 시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갈렙선교회 영상 촬영 >>

 2013년 2월 북한 시장 풍경 북한 주민들이 시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갈렙선교회 영상 촬영 >>

 

장사는 잘되는 날도, 파리가 날리는 날도 있었지만 손님은 점차 늘었다. 판매 물품도 옷에서 화장품, 가전제품으로 다양화됐다. 고급중학교(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A씨도 장마당에 나가 어머니를 도왔다.

10일 연합뉴스가 인터뷰한 북한이탈주민(탈북민) 대부분은 북한에서 살던 시절 장마당에서 직접 물건을 팔거나 구매한 경험이 있었다. '고난의 행군' 시기 국가 배급이 끊기면서 생존을 위해 자연스럽게 택한 길이었다.

장마당이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거래되는 품목도 늘고 있다는 게 탈북민들의 전언이다.

 

2012년 북한을 떠난 30대 남성 B씨는 "처음에는 장사하다가 경찰이 오면 도망치는 '메뚜기장'이 많았지만 점차 당국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최근에는 한국 시장과 비교해도 규모나 품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2011년 탈북한 20대 여성 C씨도 "처음에는 식품 중심이었는데 갈수록 물품이 다양해지고 여러 상품이 나왔다"며 "예를 들어 의류라고 해도 점점 다양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샴푸나 비비크림같은 미용 제품도 사봤다"며 "2010년에는 중국의 지인을 통해 구한 한국의 '믹스커피'를 북한에서 마셔본 기억이 난다"고 떠올리기도 했다.

 

A씨는 "초기에는 식료품 중심이었지만 점차 문화상품이나 사치품이 늘어났다"며 "장사가 잘되니까 나중에는 당국이 걷는 자릿세가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탈북민들은 장마당 최고 인기 품목이 '의류'이며, 제품의 90% 이상이 중국산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전자제품의 경우 가전제품 중심으로 거래됐지만 아직 활성화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했다.

탈북민들은 최근 북한 장마당 변화의 원동력으로 휴대전화의 확산을 꼽았다. 2012년 김정은 시대 개막 이후 급속도로 통신수단이 발전하면서 소비자 친화적인 서비스가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올해 발표한 국가별 이동전화 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2014년 기준 280만명으로 추정된다.

 

A씨는 "휴대전화가 최근 몇년간 확산했다"면서 "2009년부터 쓰였는데 그때는 평양이 중심이었고, 지방에서는 2010년부터 퍼져 2012년 무렵 상인들 사이에서 완전히 활성화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B씨도 "장마당에 휴대전화가 등장하면서 배달문화가 확 퍼졌다"며 "요즘에는 채소나 난방용 나무를 판매하는 사람도 휴대전화가 있어야만 장사를 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휴대전화를 통해 평양 기준의 실시간 위안화, 달러화 환율이나 각 지역의 물품 상황을 누구나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정보의 유통이 과거보다 활발해지고 영업 방식도 다양화됐다.

 

예컨대 18살부터 부모님의 장사를 도운 C씨는 직접 장마당에서 판매하는 상인이라기보다 일종의 도·소매업자에 가까웠다.

그는 "집에서 세 시간 거리 농장에 가서 옥수수를 받아 시장에 와서 상인에게 팔았다"며 "청진처럼 상품이 많은 곳에 가서 기성품을 받아 지역에서 파는 식이었다"고 귀띔했다.

탈북민들은 수요의 한계 등의 문제가 있어 장마당 자체가 급속히 늘어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물품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2006년 탈북한 정광성(26) 씨는 "장마당을 지나치게 막으면 주민 저항이 예상되는 만큼 당국의 통제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장마당 발전으로 북한 사회가 점차 개혁·개방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