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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중국이 스모그로 기침하는 동안 우리는…

바람아님 2015. 12. 7. 07:23

(출처-조선일보 2015.12.07 안용현 베이징 특파원)


안용현 베이징 특파원지난 4년 동안 중국 생활을 가장 괴롭힌 것은 스모그였다. 
지난달 30일 베이징의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최대 1000㎍/㎥까지 육박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PM 2.5 허용치 40배 초과한 수치다. 낮은 밤처럼 어두워졌다. 
스모그와 아마겟돈(요한계시록에 나온 인류 종말의 전쟁터)의 합성어인 '스모겟돈'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중국의 한 예술가는 최근 100일간 베이징 공기를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여 
'먼지 벽돌'을 만들기도 했다.

외국인이 다니는 베이징 국제학교는 2012년까지 입학하기가 쉽지 않았다. 
떠오르는 중국에 올라타기 위해 전 세계 기업인과 외교관이 베이징으로 몰리면서 입학 경쟁률과 학비가 
천정부지로 뛰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3년 스모그가 맹위를 떨치자 국제학교의 외국인 선생님부터 중국을 탈출했다. 
해외 글로벌 기업은 중국 근무자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2013년 베이징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012년보다 14.3% 줄었다. 외국인 관광객 감소는 5년 만에 처음이었다.

중국에서 두 번째로 적응하기 어려운 건 운전 환경이다. 
차로를 바꾸려고 깜빡이를 켜면 뒤차가 전속력으로 달려온다. 
차보다 사람이 더 무서울 때도 많다. 
어둑한 도로를 검은색 옷을 입고 무단 횡단하는 사람 때문에 식은땀을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운전 중 화를 참지 못하고 폭력을 휘두른 사건이 올해에만 1733만 건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끼어들기를 한 차량을 향해 식칼을 던지는 운전자 사진을 실었다.

하지만 스모그와 난폭 운전이 영원히 중국의 발목을 잡지는 못할 것이다. 서울도 1980년대까지 대기 오염으로 몸살을 
앓았으나, 경제 구조가 첨단 및 3차 산업 중심으로 바뀌면서 파란 하늘을 되찾았다. 
요즘 중국은 '굴뚝 공장' 대신 내수(內需)와 서비스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내세운다. 
현재 발전·난방 원료의 70%를 차지하는 석탄을 천연가스와 원자력 등으로 바꾸는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석탄은 중국 스모그의 주범이다. 
요즘 관영 CCTV는 선진국이 되려면 교통질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응답하라 1988' 시대의 한국 TV를 보는 듯하다.

한국인이 중국 생활에서 누리는 호사(豪奢)는 발 마사지와 가사 도우미다. 아직 인건비가 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하이에선 한국인을 가사 도우미로 고용하는 중국 부유층이 생겼다고 한다. 
'중국 아이(阿姨·아줌마)'보다 '한국 아줌마'가 집안일을 더 깔끔하게 잘한다는 것이다. 중국 부자에게 돈은 문제가 안 된다. 
중국 부자를 연구하는 후룬연구소는 "자산 1000만위안(약 18억원) 이상을 가진 중국 부자가 109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중국의  발전과 변화는 여전히 빠르다. 
중국이 스모그를 없애고, 양보운전 하는 사회를 만든다면 전 세계 자본과 인재는 더 빠른 속도로 중국에 몰릴 것이다. 
지금처럼 스모그에 기침하며, 교통질서와 화장실 청결 캠페인에 에너지를 쏟을 때, 우리는 몇 발짝이라도 중국을 앞서 
달려야 한다. 중국에 스모그가 없어지는 날, 우리는 중국인의 발 마사지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