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닷컴 2016.02.29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예금에 벌금 매기는 마이너스 금리는 코미디… 종국엔 은행이 없어지는 논리
신음 깊어가는 국제 금융질서, 처형장으로 걸어가는 사형수 같아
공멸이라는 종착역 가나 우려돼
올해 원숭이해의 국제금융시장은 원숭이가 이 나무 저 나무로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밀림을 뒤흔들어
놓은 형국이다. 과잉유동성이 이 나라 저 나라로 몰려다니며 주가와 환율을 출렁거리게 하고 경기와
교역은 우거진 밀림을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경제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전례
없이 돈을 마구 찍어내고 제로금리를 도입했다가 이제는 마이너스 금리, 즉 예금에 대해 벌금을 물리는
상황까지 왔다. 지금 스웨덴은 0.35%, 덴마크는 0.65%, 일본은 0.1%, 유럽중앙은행은 0.3%의
마이너스 금리로 벌금을 매기고 있고 미국도 마이너스 금리를 할지 모른다고 한다.
그래도 폭락하는 주가와 떨어지는 물가를 잡지 못하고 경기 침체는 깊어만 가고 있다.
과거에 상상도 못했던 마이너스 금리는 '데드 맨 워킹(dead man walking)'과 비슷하다.
과거에 상상도 못했던 마이너스 금리는 '데드 맨 워킹(dead man walking)'과 비슷하다.
'데드 맨 워킹'은 20여 년 전 사형수에 관한 영화 제목으로 널리 알려졌는데,
처형장으로 걸어가는 사형수나 해고가 불가피한 노동자를 뜻한다.
예금에 벌금을 매기면 결국에는 예금이 없어지고 종국에는 은행이 없어지는 논리가 되니 지금의 국제금융 질서는
처형장으로 가는 사형수와 비슷한 신세인 것 같다.
마이너스 금리의 배후에는 디플레이션, 원유 가격의 폭락, 중국의 경기 침체 등 실물경제 측면의 이유와 함께 금융경제
마이너스 금리의 배후에는 디플레이션, 원유 가격의 폭락, 중국의 경기 침체 등 실물경제 측면의 이유와 함께 금융경제
측면에서 불확실한 국제금융 질서가 있다. 지금 준비통화국(달러, 유로, 파운드, 엔 등 국제적으로 잘 통용되는 화폐를
발행하는 국가)들은 자의적으로 돈을 마구 찍어내 통화 전쟁을 하고 있고 주변국들은 종속적으로 환율 전쟁에 끌려드는 형국에
있다. 지금의 상황은 1930년대 대공황에서 비롯된 국제금융 질서의 혼란이 2차 세계대전으로 흘러가는 형국과 비슷하다.
현재의 국제금융 질서는 1930년대 대공황의 여파로 금(金)본위제도가 붕괴되고 격렬한 환율전쟁이 발생한 데 대한 반성을
토대로 성립된 브레튼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에서 비롯되었다.
이 체제는 1944년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을 양대 축으로 하고 금본위제도(금 1온스당 35 미국달러
태환)와 고정환율제도를 안전판으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1971년 미국이 금 태환의 중지를 선언함으로써 이 체제는 사실상
무너지고 시장환율 체제로 전환됨으로써 국제금융 질서는 다시 불확실성에 휩싸이게 되었다.
국제 교역의 가치척도인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시장환율 체제의 안전판은 준비통화국의 '자비(慈悲)'밖에 없게 되었다.
'자비'의 안전판도 미국 일본과 EU가 10조달러 전후의 양적 완화를 추진함으로써 사라지고 마이너스 금리까지 가게 돼
지구촌은 '무자비'의 환율전쟁을 하고 있다.
가치척도는 바뀌지 말아야 하고 그래야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가치척도는 바뀌지 말아야 하고 그래야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쌀장수의 됫박이 매일 바뀌는데 어떻게 시장질서가 서고, 미터의 길이가 매 시간 바뀌는데 어떻게 제한속도를 지킬 수
있겠는가. 준비 통화를 갖지 못한 주변국들은 1달러, 1엔, 1유로를 벌기 위해 수고하고 땀 흘려야 하는데 중심국들은
마음대로 기축통화를 찍어내도 되는가. 1971년 금본위제도가 무너지고 시장환율이 채택된 후, 일본 엔화를 갑절로 절상시킨
1985년 플라자 합의, 아시아 통화를 반 토막으로 절하시킨 1997년 외환 위기, 마이너스 금리까지 간 지금의 글로벌
경제 위기는 모두 가치척도가 무너진 시장환율의 적폐이고 이웃을 못살게 구는 근린 궁핍화 정책의 표출이다.
현재의 국제금융 질서는 불확실성이 너무 높고 정의롭지도 않다.
현재의 국제금융 질서는 불확실성이 너무 높고 정의롭지도 않다.
금이 문제라면 은·철·석유·곡물 등 지구촌에 골고루 있는 정형화된 상품을 기초로 하는 신(新)금본위제도를 구상할 때가 됐다.
고정환율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 시장환율은 금본위를 폐지한 선진국들의 변명이고 가치척도로서 적절치 않다.
케인스는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가 성립될 때 금을 기초로 한 미국 달러 대신 30개의 상품을 포함한
케인스는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가 성립될 때 금을 기초로 한 미국 달러 대신 30개의 상품을 포함한
국제통화 뱅코르(Bancor)를 제안했다.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은 1984년 새로운 국제통화 체제를 제창하였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도 2008년 브레튼우즈 체제의
전면 개혁을 주창했다. 선진국 중심의 G-7 체제에 대한 반성으로 신흥국들이 참여하는 G-20 체제가 성립됐고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돈을 찍어내 해결될 문제라면 고성능 달러 인쇄기를 설치하고, 예금에 벌금을 물려 해결될 문제라면 예금을 없애면 된다는
논리가 된다.
양적 완화(QE)는 연금술 같고 마이너스 금리는 코미디 같다.
지금의 국제금융 질서는 '데드 맨 워킹'과 같고 공멸이라는 종착역으로 갈지 모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 [Weekly BIZ] 마이너스 금리는 '악마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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