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 침체가 뚜렷한 가운데 자본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등 불안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주식과 채권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은 8개월 연속 해외로 빠져나갔다. 국내 경기 둔화와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1월 국제수지(잠정)’를 보면 지난 1월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액은 45억3000만달러 감소했다. 감소폭으로는 작년 7월(49억4410만달러 감소) 이후 최대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및 채권 투자액은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 연속 줄었다. 이 기간 총 233억8760만달러가 국내에서 해외로 빠져나갔다.
과거에도 글로벌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외국인들은 국내 증권시장에서 돈을 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6~11월에도 6개월 연속으로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액이 감소하며 총 347억1000만달러 순유출됐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은 “외국인들은 특정 국가의 증권을 매수할 때 경제성장률을 가장 많이 고려하는데 최근 국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의 증권투자액이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단기외채(만기 1년 미만) 비율이 30% 미만으로 낮고 외환보유액도 3600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인 점 등을 감안하면 외국인 자금 이탈이 당분간 이어지더라도 위기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돌발 악재로 국제 금융시장이 지금보다 더 크게 흔들리면 외국 자본 이탈이 확대돼 유동성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외국인 자금 유출입에 대한 정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외환보유액 확충,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등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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