其他/문유석의일상

[문유석 판사의 일상有感] 청문회에서 진짜로 보고 싶은 것들

바람아님 2017. 6. 7. 10:00
중앙일보 2017.06.06. 01:51
문유석 판사·『미스 함무라비』 저자
한쪽은 평민 출신에 전쟁에서 훈장 받은 군인으로 술·담배도 않고 검소했으며 한 여자만을 사랑했고 경건한 신앙생활을 했다. 또 한쪽은 금수저 출신 말썽꾸러기였고 마약도 했으며 줄담배·술고래에 수신제가를 못했는지 자녀 중에도 마약중독자가 있었다. 어느 쪽이 한국의 인사청문회를 통과할까? 참고로 앞쪽은 아돌프 히틀러, 뒤쪽은 윈스턴 처칠이다. 다음 문제. 1번은 도덕적이고 청렴·정직하며 인권 및 환경에 관한 신념이 깊은 독실한 신앙인이다. 2번은 병적인 바람둥이에 직장 내 성희롱을 했고 거짓말과 교묘한 변명의 달인이다. 3번은 세 자녀를 둔 연상의 기혼자에게 접근해 가정파탄에 일조했다. 재임 중에는 역대 최악이라는 평을 받곤 했던 카터, 미국 역사상 최고 호황을 이끌고 최고 지지율로 퇴임한 클린턴, 남녀가 바뀐 경우라면 여성들의 엄청난 비난을 받았을 인기남 마크롱이다.

도덕무용론은 아니다.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를 하는 거다. 평론가 신형철이 말했다. 사람들은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라고 믿지만 실제로는 우리 모두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들이라고. 그래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몸이 아플 때, 구속당했을 때, 내 재산을 전문가가 맡아서 불려주길 바랄 때, 업계 최고의 검증된 전문가에게 맡아달라고 매달린다. 사생활 뒷조사해 가며 어디 오지에서 봉사만 하며 살고 계신 완벽한 인격자를 찾지 않는다. 그런데 묘하게도 공직자를 선택할 때에는 다르다. 내 건강, 내 자유, 내 재산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에 관한 업무라서 절박함이 다른 건가? 장관 임명이란 사회의 귀감이 되는 분을 포상하는 효행상이나 의인 선정 행사인가? 일은 관료들이 알아서 하면 되는 건가? 고위 공직자는 사회의 지도자이시니 우리를 지도하실 만한 분이어야 하는 건가? 글쎄다. 난 대통령이든 대법원장이든 장관이든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특정 직무를 임시직으로 수행하는 피고용자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봐야 할 것은 그 직무에 필요한 능력과 최소한의 직업윤리 아닐까. 개인윤리가 아니라. 시작부터 공개적으로 망신 주고 우스운 사람을 만든 후에 결국 장관이나 대법관을 맡겨 그 결정에 따르는 것도 참 가학적임과 동시에 자학적인 일이다. 개인적인 문제는 비공개 청문회를 통해 검증하고, 그걸 통과한 후에는 내 심장수술을 맡기는 절박함으로 이 의사가 정말 꼭 필요하고 부작용 적은 수술을 할 사람인지를 집중해서 볼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


문유석 판사·『미스 함무라비』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