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핫 이슈

"북한 핵·미사일 능력이 강화되면 '남조선 적화통일 전선 전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람아님 2017. 9. 29. 06:58


[사설] '北 핵보유는 인정'하고 '韓 전술핵은 반대'하나


(조선일보 2017.09.29)


27일 대통령과 4당 대표 회담에서 보고된 대외비 문건에 오는 10월 10일과 18일이 북이 도발할 가능성이 높은 날로 

명시되어 있었다. 10일은 '북한 창건일'이고 18일은 중국 시진핑의 새 임기 시작일이다. 이 어간에 북이 뭔가 큰일을 

저지를 수 있다는 예상은 이미 나와 있었다. 대형 도발이 벌어지면 지금과는 또다른 위기가 시작된다.


미군 합참의장은 26일 상원 청문회에서 "(북이) 3개월이든 6개월이든 곧 ICBM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면서 미 본토 방어를 

위한 요격미사일을 21기 더 배치할 것이라고 했다. 미군이 '군사 옵션' 4가지를 이미 준비해놓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대북특사는 "몇시간 안에 군사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북한은 이미 전시 체제로 

들어갔다. 북 외상은 미 전략폭격기가 NLL을 넘으면 북 영공이 아니더라도 미사일을 쏴서 떨어뜨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미 북의 핵인질이 된 우리만 평온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당 대표 회담에서 전술핵 재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정의용 안보실장은 대신 미국 핵우산이 강화된다고 했다. 

북이 핵ICBM을 완성해 미국을 공격할 수 있게 되면 핵우산이 펴질지 찢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유럽국들이 미국의 핵우산을 믿지 않고 전술핵 공유에 나선 것은 우리보다 어리석기 때문이 아니다. 

지금 정부 식이면 북핵 방어는 100% 미국 처분에 맡기게 된다. 

안보를 이렇게 외국에 일방적으로 의존한 나라들의 결말은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북핵 방어는 미국에 맡겨놓고 대통령과 여야 정당대표들은 '전쟁 불가'와 '평화적 해결'에 합의했다.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우리 민족이 당한 수많은 침략 중에 우리가 평화를 원하지 않아서 당한 것은 하나도 없다. 

침략을 막을 능력이 없어서 당한 것이다. 지금 우리는 북핵을 막을 능력이 전무(全無)하다. 

국군의 날 행사에 전시된 재래식 무기들은 북핵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두 '전쟁 불가, 평화 해결'이라면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가져올 실질적 군사 대비와 외교 전략이 무엇인지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무책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정인 안보특보는 그제 한 토론회에서 인도·파키스탄처럼 북의 핵 보유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감동을 느꼈다"고 했다. 과거 햇볕론자들은 북이 핵을 개발할 능력도 의사도 없다고 했다. 

그러다가 이제는 북의 핵 보유를 인정하자고 한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절대 핵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한다. 

김정은 말대로 북 집단에 깔린 대한민국에서 살아가자는 얘기와 무엇이 다른가. 

문 특보는 "많은 분들이 한·미 동맹이 깨진다 하더라도 전쟁은 안 된다고 한다"고도 했다. 

이게 햇볕론자들의 '평화론'일 것이다. 문 대통령도 같은 생각인가.




[윤평중 칼럼] '촛불'로 나라를 지킬 수 있는가


(조선일보 2017.09.29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평화' 외치는 당위론으로 북핵 문제 해결할 수 없어 

'핵 공갈'에 나라 위기인데 "핵무장·전술핵 안 돼" 못 박고 

"한·미 동맹 깨도 된다" 하니 무엇으로 나라 지키려 하는가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시간은 북한 편이다."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가 10·4 남북 정상 선언 10주년 기념 강연에서 한 말이다. 

정확한 진단이다. 

북한은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갖기 직전이다. 

핵무장 체계 완성이라는 북한 국가 대전략 실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국의 화급한 무력시위 배경이다. 

따라서 '빨리 협상을 해서 북한이 그 단계에 못 가게 해야 한다'고 문 특보는 주장한다. 

10·4선언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군사회담과 인도적 협력을 다시 제안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10·4 정상 선언이 이행돼 나갔다면 현재 한반도 평화 지형은 크게 변해 있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명박·박근혜 10년,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존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런 주장은 북핵 위기의 결정적 진실을 감춘다. 

핵무장을 향한 북한의 필사적 국가 의지가 한반도 전쟁 위기의 근원임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나 이명박·박근혜 정부 모두 북 핵무장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 북핵 위기의 실체다. 

초강대국 미국과 중국조차 북한의 폭주를 저지하지 못했다. 

한 국가가 모든 걸 포기하고 핵무장에 매진할 때 핵개발을 막기란 불가능하다는 국제정치학의 속설을 입증한다.


햇볕정책과 압박정책 둘 다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 선행되어야 마땅하다. 

진보·보수가 지금처럼 상대방만 탓하는 것은 자중지란에 불과하다. 

북한발(發) 핵 참화에 대비하는 것이야말로 절체절명의 국가적 과제다. 

그러나 "10·4 합의 중 많은 것이 이행 가능하다"는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겠느냐'는 핵심 질문에는 

침묵한 채 특유의 선의(善意)와 당위론만을 반복한다. 

남북의 사활적 체제 경쟁에서 최후의 뒤집기 한판승을 눈앞에 둔 김정은으로서는 코웃음 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총회 기조연설도 진정성이 가득하다. 

북한의 핵 포기를 촉구하면서 33번이나 '평화'를 언급할 정도였다. 

문 대통령은 특히 "촛불 혁명을 통해 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지구촌에 평화의 메시지를 던진 

한국 국민을 내가 대표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비폭력 평화 시위로 민주 정부를 출범시킨 촛불 혁명의 정신이 북핵 해법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존공영을 이끌 화두로 촛불 정신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촛불만으로 나라를 지킬 수는 없다. 

힘과 주먹이 앞서는 국제정치의 폭풍 앞에 촛불을 들이미는 것은 국민 생명을 책임진 일국의 최고 지도자로서 

너무 나이브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검증 가능하게, 그리고 불가역적으로 포기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 연설은 지당한 만큼 공허하다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현실적 방법론을 전혀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찍이 마키아벨리는 천하 대란 속 국가 간의 사투(死鬪)에서 현실과 당위는 다르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곱씹는다. 

그리하여 그는 '당위에 매달려 현실을 소홀히 하는 나라는 자신의 보존보다 파멸을 훨씬 빠르게 배우게 된다'는 

촌철살인의 경구를 남겼다.


조국 프랑스를 두 번이나 국망(國亡)에서 구한 드골(Charles de Gaulle·1890~1970)은 미·소 냉전이 야기한 핵전쟁 위기에 

정면으로 대응했다. 1960년 드골은 미국의 집요한 방해와 소련의 협박을 돌파해 첫 핵실험에 성공한다. 

1996년 공식 중단할 때까지 프랑스는 총 193회 핵실험을 단행하고, 우리가 죽으면 너희도 죽는다는 비례 억지 전략으로 

핵 강국이 된다. "군사력의 기본이 핵무장이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는 드골의 결단이 결정적이었다. 

오늘날 프랑스가 국제무대에서 대접받는 것은 톨레랑스의 나라이자 문화예술 대국, 경제 대국이어서만은 아니다.


10·4 선언 강연에서 문정인 특보는 특기할 만한 말을 흘렸다. 

"북한 핵·미사일 능력이 강화되면 '남조선 적화통일 전선 전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천기누설이 아닐 수 없다. 

급기야 문 특보는 27일 한 토론회에서 "한·미 동맹이 깨지는 한이 있어도 전쟁은 안 된다"고까지 했다. 

북의 전략은 이미 먹혀들고 있다. 여론이 쪼개지고 한·미 동맹이 균열하는 중이다. 

프랑스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북한 핵 공갈 앞에 나라가 표류하고 있는데도 

'자체 핵무장도 불가하고 전술핵 재배치도 안 된다'고 문 대통령이 못 박는 건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국가는 결코 정의(正義)의 촛불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국가는 폭력과 정의의 복합체이기 때문이다. 

"치욕스럽게든 영광스럽게든 조국은 방어되어야만 한다." 마키아벨리의 절규가 하늘을 찌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