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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韓성장률 또 낮췄다…무색해진 靑 '경제 낙관론'

바람아님 2019. 5. 22. 09:05

[중앙일보] 2019.05.21 18:0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 2.4%로 낮췄다. 지난 3월 전망치(2.6%)에서 0.2%포인트 내린 것이다. OECD는 한국의 성장률 하향 조정의 요인으로 수출 감소, 투자 및 고용 위축, 반도체 경기 둔화 등을 꼽았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고집하는 ‘경제 낙관론’과는 대비되는 것이어서 안이한 경제 진단에 대한 비판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OECD는 21일 경제전망(OECD Economic Outlook)을 발표하고 올해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각각 2.4%ㆍ2.5%로 예상했다. 지난해 1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각각 2.8%ㆍ2.9%로 전망한 것을 지난 3월 모두 2.6%로 낮추더니, 불과 2개월 만에 전망치를 또 내린 것이다. 이는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지난해 성장률(2.7%)은 물론 당초 정부가 예측한 올해 성장률 목표치(2.6~2.7%)보다 낮은 수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OECD는 “글로벌 교역 둔화 등에 따른 수출 감소, 제조업 구조조정 등에 따른 투자ㆍ고용 위축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됐다”며 “특히 지난해 중반 정점을 찍은 반도체 경기가 둔화하면서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라고 진단했다. 2018∼2019년 최저임금의 29% 인상으로 저숙련 노동자들의 일자리 증가가 둔화해 지난해 고용증가율이 0.4%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는 분석도 내놨다.
 
OECD는 한국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노동 생산성’을 꼽았다. 실제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상위 50% 국가 노동생산성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OECD는 “그간 저생산성을 장시간 노동으로 보완해왔으나, 주 52시간 도입ㆍ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을 감안할 때 생산성 향상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제조업의 절반 수준인 서비스업 생산성 및 중소기업 생산성 제고가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도 재정확대 정책을 지속하고, 통화정책 완화를 동반해야 한다”며 “노동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두면서 최저임금 인상 폭은 완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추가적인 최저임금의 큰 폭 인상은 일자리 창출을 축소하고, 생산성 향상과 동반되지 않으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할 것”이라는 게 OECD의 진단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OECD 전망 하향은 최근 미ㆍ중 통상마찰 등 대외여건 악화, 1분기 투자ㆍ수출 부진 등을 반영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추경안의 신속한 국회 통과, 재정집행 가속화 등과 함께, 투자ㆍ수출 활성화 등 활력 제고 대책 과제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나온 OECD의 진단은 “하반기엔 성장률 2%대 중후반 회복할 것”, “다행스럽게도 서서히 좋아지는 추세” 등 최근 문 대통령의 경제 진단 발언과는 거리감이 있다. 문 대통령은 “경제가 성공으로 가고 있다”는 말도 여러 차례 했다. OECD 같은 경제전망 기관은 물론,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현실과도 동떨어져 있는데도 공개 석상에서 이런 낙관론을 반복하면서 경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문 대통령의 발언은 당장 기획재정부의 판단과도 괴리감이 크다. 기재부는 지난 4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됐던 2016년 12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실물지표 부진’이라는 진단을 내린 이후, 두 달째 동일한 진단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 경제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경기 부진’이라는 같은 판단이다. KDI는 “우리나라가 현 수준의 생산성 추세를 유지할 경우 2020년대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1%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청와대에서 불리한 경제지표에는 말을 아끼고, 유리한 지표만 부각하면서 무리한 낙관론을 고집하고 있다”며  “재정 확대를 통해 경기를 부양시키는 것을 염두에 둔 것 같은데, 한국 경제의 구조 개혁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부양 효과는 없고 나랏빚만 늘어나는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지난 1분기 한국의 GDP 성장률이 16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OECD의 성장률 하향 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사안이다. 현재 1분기 성장률을 공개한 22개 OECD 회원국(전체 36개국) 가운데 한국의 성장률은 ―0.34%로 꼴찌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지난해 연간 성장률을 기준으로 “30-50클럽(1인당 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가운데는 미국 다음으로 우리”라고 했다. 
 
하지만 1분기 기준으로 30-50클럽 가운데 한국보다 낮은 성장을 한 나라는 없다. OECD에 통계에 반영되진 않았지만 일본도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5%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미 노무라종합연구소(1.8%), 무디스(2.1%), LG경제연구원(2.3%) 등 국내외 경제전망 기관은 한국의 성장률 전망에 대한 눈높이를 한참 낮췄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과 투자 감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외 불확실성까지 커지며 경기 하강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2.5% 성장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단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수정이 절실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편 OECD는 세계 성장률도 기존 3.3%에서 3.2%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2.6%→2.8%), 유로존(1%→1.2%) 등 선진국들은 오르거나 제자리였지만, 브라질ㆍ인도네시아ㆍ아르헨티나 등 신흥국들의 성장이 둔화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기존 6.2%를 유지했다. OECD는 세계 경제 주요 리스크로 ▶보호무역주의 심화▶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중국 경기 둔화 등을 지적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