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經濟(內,外)

<시론>중국은 미국을 이길 수 없다

바람아님 2019. 6. 18. 09:06
문화일보 2019.06.17. 11:50

미국과 중국의 충돌에서 어느 편에 서야 할까.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미국이다. 우선, 누가 이길지 분명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무역·기술·금융·인터넷·교육·에너지·군사 분야에서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중국은 간신히 막아보려는 상황이다.


무역은 미국이 1년에 약 3500억 달러의 대(對)중국 적자를 기록하기 때문에 관세 전쟁이 벌어지면 당연히 미국이 유리하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화웨이 통신 장비 사용 중단을 세계 각국에 요청하면서 ‘기술 충돌’도 시작됐다. 미국은 첨단기술 분야를 이끌고, 전 세계 특허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이 또한 유리한 게임이다. 금융은, 미국이 중국의 숨통을 조일 수 있다고 보는 분야다. 중국 외환보유액은 약 3조 달러. 최근 중국 전문가가 그 내역을 분석해줬는데, 결론은 “가용 외환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 몇 년 전 월스트리트의 헤지 펀드가 상하이 시장에서 위안화를 슬쩍 공격한 적이 있다. 그때 중국 당국이 매우 신경질적인 대응을 했는데, 미국은 그때 중국의 위기관리 방식을 파악했다고 한다. 중국 쪽에서는 금융시장을 좀 더 개방하는 선에서 타협하고 싶어 한다.


인터넷 역시 미국에서 태어났고, 미국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분야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망(網) 중립성 폐지’를 들고나오자 중국 당국과 기업들은 바짝 긴장했다. 통신망 사업자가 콘텐츠의 흐름을 좌우하게 되면 중국의 알리바바나 텐센트 같은 인터넷 기업은 큰 타격을 받는다. 인터넷 트래픽은 기본적으로 미국을 거쳐 가는 경우가 많으므로 미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중국 정부 기관 및 기업의 인터넷 속도를 조절하고, 심지어는 단절할 수도 있다고 중국은 우려한다. 미국의 고등교육에서도 중국이 밀려나고 있다. 지난 4월 스탠퍼드대를 방문했을 때, 올해 학부 신입생 가운데 중국 출신이 하나도 없다고 들었다.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에너지는 국제정치를 움직이는 실질적 힘으로, 경제 전문지 포천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상위 순위는 에너지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미국은 셰일 가스·석유로 에너지를 자급하게 되면서 국제정치에서 압도적 우위를 갖게 됐다.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에서 분쟁이 나면 다급해지는 것은 중국이다. 중국 원유 수입량의 4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그런 위험성을 회피해보려는 전략이 일대일로다. 호르무즈 해협을 끼고 있는 이란, 중국에 석유를 수출하던 베네수엘라에서 동시에 분쟁이 일어나는 것은 우연일까. 중국이 끝내 버티면 군사적 충돌이 불가피하다. 남중국해, 대만, 북한이 가능성 있는 지역이다. 미국은 중국을 군사적 라이벌로 간주하지 않는다. 일본이 중국 상대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충돌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일본이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중국도 이런 구도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당국자들도 솔직히 “미국을 이길 수 없다”고 말할 정도다. 미국 편에만 서면, 중국과의 관계는 포기하자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미국 편에 당당히 서면, 오히려 중국은 우리나라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중국이 경제 협력을 중단하면 타격이 크지 않은가? ‘칼침’ 맞아가며 한국인과 소통했던 마크 리퍼트 전 미국대사는 “안미경중(安美經中) 대신 안미경미(安美經美)를 선택하라”고 했다. 확실히 미국 편에 선 다음, 그 대가를 요구하라는 뜻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이 20조 달러, 중국이 13조 달러 정도. 세계 최강대국이 줄 수 있는 혜택은 많다. 한국 정부는 환율 정책을 좀 더 유연하게 할 수 있고, 기업들은 25% 관세를 걱정하지 않을 수 있으며, T-50 훈련기를 미국과 다른 나라에 수출할 수 있고, 셰일 가스를 실어나르는 LNG 선박을 더 발주할 수 있고, 원자력발전소 건설도 수주할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산업화·정보화로 두 차례 도약했다. 미국이 소련과 일본의 도전에 응전했던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더 근원적으로, 중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도, 온전한 자유시장경제 체제도 아니다. 홍콩에서 중국으로의 홍콩인 인도 우려 때문에 수백만 명이 참여한 시위가 벌어진 것만 봐도 중국 편에 설 수 없다. 6·25전쟁 때의 우적(友敵) 관계도 잊어선 안 된다. 동맹을 배신하는 나라도, 친구를 배신하는 사람도, 자신이 어려울 때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