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227] 왜 로고에서 회사 이름을 뺐을까

바람아님 2019. 7. 8. 08:04

(조선일보 2019.07.08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 디자인 이노베이션)


마스터카드(Master Card) 로고의 진화.마스터카드(Master Card) 로고의 진화.


뉴욕에 본사를 둔 국제 결제 시스템 '마스터카드'가 지난 1월 초 새 로고를 공개했다.

창립 50주년을 기념하여 2016년 기존 로고를 크게 바꾼 지 불과 3년 만의 일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966년 설립된 인터뱅크에 뿌리를 둔 이 회사는 1968년부터 색깔이 다른 두 개의 원이

겹쳐진 벤 다이어그램에 흰 글씨로 'Master Charge'라 표기한 로고를 사용했다.

1979년 회사 이름을 'Master Card'로 바꿨으며, 1996년 활발한 거래를 부각시키기 위해

노랑과 빨강의 교집합에서 두 색이 서로 교차하게 디자인을 개선했다. 2016년에는

뉴욕의 디자인 에이전시 팬타그램에 의뢰하여 회사 이름을 벤 다이어그램에서 빼내어

밑으로 옮긴 로고를 도입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로고에서 아예 회사 이름을 없앤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신용카드' 결제에 국한된 기존 서비스에서 벗어나 새로운 디지털 지불 사업 분야의 대표 브랜드로

거듭나려는 의지의 반영이다. 모바일, 소셜, 온라인 등 디지털 환경의 빠른 진화에 부응하여 새로운 결제 기술과 방법을

선도하기 위해 마스터카드는 이미 '블록체인 기반 자산과 법정 화폐 계좌 간의 연결 방법 및 시스템'에 관한 특허를 확보하고,

암호 화폐 결제의 속도를 향상하는 방법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회사 이름이 없는데도 인식이 잘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새 로고를 보자마자 마스터카드로 인지하는 사람이

80%가 넘는다'는 조사 연구 결과를 보면 벤 다이어그램이 이미 이 회사의 정체성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업의 본질을 새롭게 정의하려는 마스터카드의 부단한 노력이 로고 디자인의 끊임없는 진화를 이끌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