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228] 납작해져서 더 편리해진 와인 병

바람아님 2019. 7. 15. 06:58

(조선일보 2019.07.15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납작한 ‘우편함 와인 병’(Letter box Wine Bottles).납작한 ‘우편함 와인 병’(Letter box Wine Bottles).


"와인 병은 부피가 커서 문제야." 영국 런던에 있는 '가르콘 와인(Garcon Wines)'의

창업자 조 레벨(Joe Revell)은 집을 비운 동안에 배송된 와인이 현관문의 우편함에

들어가지 않아 반송된 데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기존 원통형 와인 병은

부피가 커서 물류 비용이 비싸고, 자원 낭비가 심하다는 것을 간파하고

포장 회사 '디 에스 스미스(D S Smith)'에 새로운 용기 디자인을 의뢰했다.

디자인팀은 19세기 기술에 의존하던 와인 병의 생산과 물류를 21세기 방식으로 개선했다.

음료를 담기에 100% 안전하며 맛에 전혀 지장이 없는 친환경 플라스틱(재생 PET)으로

소재를 바꿔 무게를 87%나 줄이고 생산 공정도 간소화했다. 납작한 직육면체라서

기존 병보다 부피가 40%나 작아졌다. 그 결과 50만 병을 기준으로 한 병당 물류 비용이

10펜스(약 154원)에서 절반으로, 탄소 배출량은 60%가량 줄었다.


특히 병이 납작해지니 사용하기가 여간 편리하지 않다. 손으로 잡고 다루기 쉽고,

우편함에도 쏙 들어가 낱개 배송에 어려움이 없다. 책꽂이처럼 좁은 공간에도 여러 병을 보관할 수 있으며,

식탁이나 책상 등 높은 곳에 올려놓아도 굴러 떨어지지 않는다. 설사 떨어뜨려도 플라스틱 소재라서 깨질 염려가 없다.

그런 장점들을 인정받아 2018년 '영국 포장 상'(UK Packaging Awards) 등 여러 상을 수상했다.


혁신적인 포장 디자인으로 실용성과 경제성이 크게 향상된 이 와인은 2017년부터 우편 서비스로만 판매되고 있으므로

시장에서의 수요는 아직 미지수다. 전통과 격식을 중시하고 취향이 까다로운 와인 애호가들이 그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