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236] 주고받는 '360도' 헌혈

바람아님 2019. 9. 9. 07:14

(조선일보 2019.09.09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360도 헌혈 포스터(The 360˚Blood Poster), 2012년.360도 헌혈 포스터(The 360˚Blood Poster), 2012년.


헌혈은 가장 아름다운 기부다. 건강한 사람이 자기 피를 필요로 하는 이들과 나누어

고귀한 생명을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혈액은 총길이 10만㎞나 되는 혈관 속을 돌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처리해주는 생명의 원천이다.

성인 몸속에는 혈액이 4~6L 있는데, 5분의 1 정도를 잃으면 생명이 위험하므로

피를 수혈해야만 한다. 헌혈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적십자 활동으로 시작되었으며,

전후에 전 세계로 확산되어 본격화했다. 하지만 수혈할 피가 크게 부족하므로 2004년

국제 헌혈 운동 관련 기관이 한데 모여 6월 14일을 '세계 헌혈자의 날'로 지정하고

헌혈을 권장하고 있다.

2012년 브라질 페르남부코주(州) 보건국은 '360도 헌혈' 포스터를 제작·배포하여

큰 호응을 받았다, 광고 에이전시 블랙닌자(Blackninja)에 의뢰하여 디자인한 포스터는

360도 돌려가며 헌혈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고 동참하도록 호소하는 내용이다.


젊고 건강한 남녀 사진을 각기 반대 방향을 향하도록 위아래로 배치하고,

두 사람 가슴에는 심장을 상징하는 두 하트 모양 유리 용기를 맞붙여 연결했다.

모래시계와 같은 구조이므로 위쪽의 하트에 들어 있는 혈액이 아래쪽으로 서서히 흘러내린다.

피가 다 내려가면 포스터의 방향을 180도 돌려 헌혈자가 바뀌게 하여

'피를 기부하고, 희망의 삶을 채우라'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헌혈이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해주는 이 포스터는 돌리며 보는

재미 덕분에 어린 학생들 교육용으로 제격이다.

헌혈로 사람과 사람이 서로 생명을 지켜줄 수 있다는 믿음을 어릴 때부터 갖게 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