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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공인의 꿈, “시험에 들게 하지 마소서”

바람아님 2024. 1. 11. 03:19

중앙일보 2024. 1. 11. 00:41

이재명 대표 헬기 특혜 뜻밖 논란
새삼 돌아보게 되는 공인의 무게
공익과 사익의 경계에 선 정치인
용산·여당도 당면한 무거운 질문

사귀는 사람이 결혼 상대로 긴가민가할 때는 2박3일 같이 등산해 보라는 인터넷 우스개를 본 적이 있다. 힘들 때 인간의 진면목이 드러난다는 이유였다. 이 우스개에 달린 댓글 중 하나는 “그런 테스트가 필요한 사이라면 헤어지는 게 낫다”였다. 인간관계든 신앙이든 시험은 들지 않는 게 좋은 법. 하지만 일거수일투족이 주시받는 정치인들이야 그럴 수 있겠나. 명예와 권력이라는 보상을 위해 ‘시험 듦’을 자청하는 행위가 정치 아닌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은 당사자도 모른 채 치러진 시험이었다. 다급한 상황 대처가 뜻하지 않게 응급의료 체계 붕괴, 헬기 특혜 이용 논란으로 번졌다. 이 대표 본인과 민주당으로서는 짐작도 하지 못했을 게다. 위급한 상황이었으면 사건 현장인 부산에서 수술받아야 하고, 위급하지 않았으면 응급헬기를 타지 말았어야 한다는 비판은 나름 논리적 정합성이 있다. 지방의료 홀대 불만까지 녹아 있는 예민한 문제다. 사태를 키운 것은 측근들의 경솔함이었다. “잘하는 병원에서 수술해야 한다”는 정청래 최고위원의 말이 사태를 키웠다.

사람은 어려울 때 본성이 드러난다고 하지만, 제3자가 쉽게 할 말은 아니다.....새삼 느끼는 것이 공인이 짊어진 무게다. 시험은 공인의 숙명이다. 이에 따르는 비난과 시비는 감수해야 할 비용이다......한국 정치의 비극 중 상당수는 ‘유명세(稅)’를 ‘유명세(勢)’로 여긴 리더들의 착각에서 비롯됐다. 흐릿한 공사의 경계선 위에서 편리하게 공인의 권세와 사인의 익명성을 함께 누리려던 행태가 문제였다.

시선이 용산으로 향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더 혹독한 시험에 든 것은 여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배우자를 겨냥한 특검법을 거부했지만, 여당으로선 이 문제가 삼키지도 못하고 뱉지도 못할 뜨거운 감자가 됐다.....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여의도 문법과 사뭇 다른 화법으로 이런저런 행보를 보이지만, 최종 시험대는 결국 이 문제다.

공익과 사익의 충돌에서 용산과 여당이 어떤 선택을 할지 국민이 보고 있다. 정세균 전 총리가 이재명 대표에게 ‘절벽에서 손을 놓으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낭떠러지에서 손 놓으라는 게 죽으라는 말은 아닐 게다. 끝까지 잡고 있는다고 수가 생기는 건 아니라는 현실적 고언이다. 키신저는 “위기에는 가장 대담한 방법이 때로는 가장 안전하다”고 했다. 비단 야당 대표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https://v.daum.net/v/20240111004123054
[중앙시평] 공인의 꿈, “시험에 들게 하지 마소서”

 

[중앙시평] 공인의 꿈, “시험에 들게 하지 마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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