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최훈 칼럼] 슬픈 보수

바람아님 2024. 5. 6. 01:24

중앙일보  2024. 5. 6. 00:36

생명력·정체성 잃은 보수정당 위기
확고한 ‘보수주의’ 신념 재확립하고
보수전략 싱크탱크·아카데미 통해
젊은 층 미래의 보수 리더 육성해야

“우리 당이 시키는 것 반대로만 했더니 당선되더라. ‘이·조 심판’ 꺼내지도 않았고 당이 내려보낸 현수막은 단 한 번도 안 걸었다.” 총선 뒤의 충격적인 이 토로는 국민의힘 험지인 서울 도봉갑에서 생환한 김재섭 당선인의 얘기다. 참 슬픈 보수 정치의 현주소다.

20세기까지는 “주로 보수 정당을 찍고 가끔은 진보 정당 찍는” 구도였다. ‘보수=반공·성장’의 선명한 논리가 우세였다. 그러나 북한의 쇠락, 냉전 해소에 보수의 무기로서 ‘반공’은 효용이 줄어 왔다....정치에 눈뜰 시기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차떼기’를 기억에 심은 40~50대는 민주당의 우군이 된 지 한참이다. 그 위로 전두환 시대 절망의 청년기를 보낸 86세대는 대거 60대로 진입하고 있다. 아래론 내 삶과 행복이 우선인 젊은이들의 개인·자유주의 확산이다. 남은 지원군은 영남·70대 이상의 사면초가다. “주로 진보 정당을 찍고 가끔은 보수 정당 찍는” 시대로 가는 건가.

그런데 보수주의는 그리 늙고 잘못된 논리일까.
보수의 진정한 강점은 이후의 치열한 논박과 진화다. “사회가 유기체라면 보존을 위해서라도 변화와 개혁이 필수다. 어떤 생물체도 변화 없이 생존 없다. 혁명당하기보다 스스로의 변화가 더 낫다.....상대가 더 훌륭하면 베끼는 데도 주저말라. 이념에의 집착이 약한 건 보수의 강점이다. 유연하지만 조심스럽게 숙고하는 개혁, 그게 보수다. 

총선 참패는 대통령의 독선이 주 요인이었다. 그러나 처절히 성찰해야 할 선거의 주체는 국민의힘이다. 보수에의 신념이 확고했다면 진보의 각종 포퓰리즘을 매섭게 추궁해야 했다.....당의 차기 리더는 ‘보수주의의 전사’로 이 당을 재탄생시켜야 한다. 대통령에게만 의존해선 보수의 미래란 없다. 유승민·이준석 등 바른 말 내쳐 온 게 이 당의 습성이다. 대통령에게 기생해 자기 권력 지키며 인재 안 키우니 진정한 보수 전사의 씨가 말라 왔다. 구미 맞는 조사나 해 온 여의도연구원일랑 해체하고 보수의 전략 싱크탱크와 정치 아카데미를 만들라. ‘젊은 보수’들을 키워 당정에 발탁, 미래의 보수 리더를 키워라.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가 그 모델이다....지금 국민의힘이 새겨야 할 말이 변화·개혁을 다짐한 그의 취임사다. “공감 받을, 완전히 새로운 시대의 보수로 나아가겠다.”


https://v.daum.net/v/20240506003629584
[최훈 칼럼] 슬픈 보수

 

[최훈 칼럼] 슬픈 보수

“우리 당이 시키는 것 반대로만 했더니 당선되더라. ‘이·조 심판’ 꺼내지도 않았고 당이 내려보낸 현수막은 단 한 번도 안 걸었다.” 총선 뒤의 충격적인 이 토로는 국민의힘 험지인 서울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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