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사진작가 김귀욱의 포토 에세이:③마이그레이션

바람아님 2014. 5. 3. 19:41

(출처-조선일보 2014.02.06 사진작가 김귀욱)


 숨가쁜 사바나의 대행진, 마이그레이션


하늘의 살갗을 찢고 오늘을 잉태하는 세렝게티의 이른 아침. 사바나의 바람은 말한다. 고통 뒤에 기쁨이 온다고.
하늘의 살갗을 찢고 오늘을 잉태하는 세렝게티의 이른 아침. 
사바나의 바람은 말한다. 고통 뒤에 기쁨이 온다고.
아프리카 여행은 보통 3가지, 건강·돈·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 다음에는 시기를 잘 선택해야 아프리카 여행의 정수를 볼 수 있다. 정수는 바로 마이그레이션(Great Migration)이다.

마이그레이션이란 아프리카 초원의 주역인 누우(Gnu)·얼룩말·영양 등 초식동물들이 물과 풀, 생명을 찾아 이동하고, 
이들을 좇아 사자·표범· 하이에나·치타 등 육식동물들도 함께 탄자니아 세렝게티와 응고롱고로에서 케냐 마사이마라와 
빅토리아 호수 근방으로 떠나는 정기적인 동물 대이동을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큰맘 먹고 오래 전부터 계획하여 2년 전 12월 말에 아프리카 여행을 했는데 너무 실망 했단다. 동물이 없고 종일 먼지 쓰고 다니면서 사자 두 마리 보고 위안을 했다고 한다. 어느 지역으로 갔느냐고 물어봤더니 케냐 마사이마라로 갔다고 해서 기가 막혔다. 당연하다. 바로 마이그레이션을 모르고 여행을 한 것이다.

마이그레이션 시기는 해마다 좀 다르기는 하지만 탄자니아 세렝게티 응고롱고로는 1월부터 3월 하순
케냐 마사이마라는 7월 하순부터 10월 초순까지 완전 절정을 이룬다. 
이 꼬리를 물고 끝없이 이어지는 마이그레이션을 본다는 것은 사파리(마사이어로 동물을 찾아 다니는 여행)의 가장 하이라이트를 보는 것이다. 눈 앞에 보이는 사방이 시커먼 점처럼 바글바글하고 징그럽다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장관이 펼쳐지는 것이다.

또 한가지 사파리 여행을 제대로 하려면 조기 예약이 필수다. 
예를 들어 세렝게티는 거의 강원도만한 땅에 아프리카식 호텔인 롯지가 겨우 몇 개 뿐이다. 
서양사람들은 거의 1년 전에 예약을 한다. 최근 마이그레이션 관광을 많이 하는 중국의 신흥부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임박하여 예약을 하면 이미 값이 오르거나 그것도 사파리 하이라이트를 볼 수 있는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롯지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나는 수십차례 아프리카를 다녀 왔다. 
내셔널 지오그라피 기자 등 전 세계 사진작가들과 함께 세렝게티와 마사이마라를 오가며, 쇠파리 물려가면서 마이그레이션을 
좇아 한 달 동안 텐트속에서 지낸 경험도 있다. 
그때마다 심장이 바깥으로 튀어 나올 것 같은 흥분과 감동이 사라지지 않는다.
마이그레이션은 아프리카 여행을 좌우한다

우간다, 케냐, 탄자니아 3국을 국경으로 접하는 마라강(Mara river). 탄자니아 지역 빅토리아 호수에서 발원하여 케냐 마사이마라를 거쳐 흐른다. 바로 이 마라강을 건너면서 생과 사의 먹이사슬 장면이 펼쳐진다.
우간다, 케냐, 탄자니아 3국을 국경으로 접하는 마라강(Mara river). 
탄자니아 지역 빅토리아 호수에서 발원하여 케냐 마사이마라를 거쳐 
흐른다. 바로 이 마라강을 건너면서 생과 사의 먹이사슬 장면이 펼쳐진다.
마이그레이션은 강을 건너기 전후를 빼놓고는 TV에서 보는 것처럼 전력 질주를 하며 뛰어가는 것이 아니다. 헬기에서 찍기 때문에 그 소리에 놀라서 달려가지만 이렇게 조금씩 풀을 뜯으며 걸어가는 것이다.
마이그레이션은 강을 건너기 전후를 빼놓고는 TV에서 보는 것처럼 전력 질주를 하며 뛰어가는 것이 아니다. 헬기에서 찍기 때문에 그 소리에 놀라서 달려가지만 이렇게 조금씩 풀을 뜯으며 걸어가는 것이다.
마이그레이션 중에 세렝게티에서 만난 얼룩말들.
마이그레이션 중에 세렝게티에서 만난 얼룩말들.
마라강을 건너려는 누우떼들. 이들은 우두머리가 명령하기 전까지 이렇게 '어느 곳을 건널까?' 하고 탐색전만 벌인다. 2~3일을 건너지 않을 때도 많다.
마라강을 건너려는 누우떼들. 이들은 우두머리가 명령하기 전까지 이렇게 
'어느 곳을 건널까?' 하고 탐색전만 벌인다. 2~3일을 건너지 않을 때도 많다.
수심이 그리 깊지 않은 곳이지만 물살에 떠밀려 죽는 경우가 많다. 악어에 물려 죽는 경우도 있다.
수심이 그리 깊지 않은 곳이지만 물살에 떠밀려 죽는 경우가 많다. 
악어에 물려 죽는 경우도 있다.
배가 부른 악어는 누우떼를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누우떼들이 힘겹게 겨우 강을 건너기진맥진해지면 굶주린 사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배가 부른 악어는 누우떼를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누우떼들이 
힘겹게 겨우 강을 건너기진맥진해지면 굶주린 사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물살에 밀려 직선으로 건너지 못하고 자꾸 대열에서 떨어져 떠내려 가다가 익사해서 죽어가는 누우떼가 많아 안따깝다.
물살에 밀려 직선으로 건너지 못하고 자꾸 대열에서 떨어져 
떠내려 가다가 익사해서 죽어가는 누우떼가 많아 안따깝다.
누우떼가 건너 가고 있는 대열 아래쪽에 초식동물인 하마 부부가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누우떼가 건너 가고 있는 대열 아래쪽에 초식동물인 
하마 부부가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동물들의 움직임을 공중에서 지켜보는 벌룬 사파리를 제대로 하려면 새벽녘에 나서야 한다.
동물들의 움직임을 공중에서 지켜보는 
벌룬 사파리를 제대로 하려면 새벽녘에 나서야 한다.
영등포 한 내과 병원 원장님 왈,
영등포 한 내과 병원 원장님 왈, "맨날 형광 빛 아래 환자들 피고름만 보다가 
이렇게 광활한 대지를 바라보니 숨통이 트이네. 안봤으면 어쩔 뻔 했는가."
벌룬 아래 새까맣게 보이는 점들이 누우와 얼룩말.
벌룬 아래 새까맣게 보이는 점들이 누우와 얼룩말.
벌룬에서 바라 본 임팔라 가족.
벌룬에서 바라 본 임팔라 가족.
마이그레이션하는 얼룩말들.
마이그레이션하는 얼룩말들.
맨앞 우두머리 누우가 삶의 행진을 지휘한다.
맨앞 우두머리 누우가 삶의 행진을 지휘한다.
누우는 1950년대 초에 약 10만 마리에 불과했으나 동물보호 정책의 노력에 의해 오늘날 200만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누우는 1950년대 초에 약 10만 마리에 불과했으나 동물보호 정책의 
노력에 의해 오늘날 200만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힘겹게 마라강을 건너고 나면 사자가 기다린다. 초식동물들은 대부분 사자가 있는 반경 500m 밖에 멀리 떨어져 있다.
힘겹게 마라강을 건너고 나면 사자가 기다린다. 초식동물들은 대부분 
사자가 있는 반경 500m 밖에 멀리 떨어져 있다.
마사이마라/덩달아 발갛게 젖어간 가슴/어떻게 읊어낼 수 있을까.
마사이마라/덩달아 발갛게 젖어간 가슴/어떻게 읊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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