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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분노는 언제 국민을 이롭게 하는가 [조선칼럼 장대익]

바람아님 2024. 7. 8. 01:06

조선일보  2024. 7. 8. 00:10

일반인의 분노는 위협 상황에서 ‘방어’ 역할
지도자 분노는 그와 달라서 사회적 불의 바로잡을 때 써야
국민이 겪는 불행한 사건 사고… 깊은 슬픔으로 公的 분노할 때 사회는 한 발자국 앞으로 간다

영화 ‘인사이드아웃2′에는 사춘기로 막 진입한 소녀가 느끼는 감정들이 총출동한다. 초등학교 절친들과 헤어져 다른 중학교로 진학해야 하는 주인공 라일리에게 불안, 당황, 시기, 따분함의 감정들이 들이닥친다. 이들은 기존의 기쁨, 슬픔, 공포, 역겨움, 분노의 감정들과 뒤범벅이 되어 마침내 새로운 자아를 탄생시킨다.

우리 지도자들이 매일 경험하는 부정적 감정의 세계는 훨씬 더 복잡하다. 정치 지도자들의 뇌는 가히 감정의 폭풍 전야이다. 지역구의 존경받는 국회의원들은 감정의 그릇이 크다. 주민들을 만나다 보면 울고 분노하고 불안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지도층이 자신들과 감정의 동조를 이루지 못했을 때(국민은 슬픈데 지도자는 분노만 표출하는 상황) 가차없이 비난한다. 미래를 걱정하는 국민들은 지도층의 근거 없는 낙관이 훨씬 더 불안하다.

요즘, 대통령의 ‘격노’에 대한 진실공방이 뜨겁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에 관한 청문회에서 한 관계자는 “한 사람의 격노로 이 모든 것이 꼬였다”고 증언했지만, 대통령실의 관계자는 “격노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관한 여권 유력 정치인의 언행들에 대해 대통령의 격노가 아직 누그러지지 않았다는 루머도 여전하다. 이런 일련의 대통령의 격노는 어떤 의미를 지닌 부정적 감정일까?

지도자는 일반인처럼 자신을 위협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적 불의를 바로잡기 위한 용도로 자신의 분노를 승화시킬 수 있는 자이다. 일종의 공적 분노다. 우리는 이런 지도자들의 언행을 보고 함께 분노한다. 국민이 겪는 불행한 사건·사고에 대한 깊은 슬픔. 그리고 그것을 막을 수 없었는가를 되묻는 공적 분노. 지도자들이 이런 성숙한 부정적 감정들을 작동시켜야 사회는 개선될 수 있다.

우리 지도자들의 분노는 대개 특정 사람(집단)을 향해 있다. 진정으로 우리에게 좌절을 안겨주는 것은 특정 행위요 시스템인데 말이다. 에크먼은 제안한다. 사적인 분노에 사로잡힌 사람을 돕고 싶다면 타임아웃을 외치라고. 잠시라도 심호흡을 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사적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 대통령실에서 타임아웃을 외칠 수 있는 참모는 과연 누구인가?


https://v.daum.net/v/20240708001016273
대통령의 분노는 언제 국민을 이롭게 하는가 [조선칼럼 장대익]

 

대통령의 분노는 언제 국민을 이롭게 하는가 [조선칼럼 장대익]

영화 ‘인사이드아웃2′에는 사춘기로 막 진입한 소녀가 느끼는 감정들이 총출동한다. 초등학교 절친들과 헤어져 다른 중학교로 진학해야 하는 주인공 라일리에게 불안, 당황, 시기, 따분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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