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의 가을
芯 九
가을은 강으로부터 온다.
서늘한 바람 둑위에 올라서
사르락 사르락 목청 가다듬고
하얀 머리결로 강둑을 덮는다.
여름날 찾아온 낯선 손님
푸른 잎 갈아먹어 숨을 거둬도
소리 내 울 수도 없었다.
저만치 멀어진 햇볕
갈대밭에 부드럽게 내려 앉아
상처 난 잎 어루만져
뒤늦게 하얀 꽃을 피우게도 하였다.
석양을 등에 업고
풀어진 머리 바람에 맡긴 채
사르락 사르락 ^ ^ 소근댄다.
지난여름 떠난 갈대들 그립다고
밤새 흘린 눈물 이슬되어
새벽 갈대 잎 끝에
방울방울 맺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