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시론] 史觀이 통일된 한국사 교과서가 필요하다

바람아님 2014. 9. 2. 09:28

(출처-조선일보 2014.09.02  이재범 경기대 사학과 교수)

대한민국 헌법·國體 기준으로 未성년자 가르치는 목적 맞게
國家가 기획·제작 주체로 나서 집필자 늘리고 최대공약수 담아
초중고 과정 통합해서 펴낸 뒤 학생들을 국민으로 길러내야

한국인처럼 자신들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민족도 드물다. 
세계에서 중국과 일본을 우습게 여기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우스갯말도 있다. 
그러다 보니 자신들이 사랑하는 한국사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 
최근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할지 검인정으로 할지의 논란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매우 높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이재범 경기대 사학과 교수 사진
교과서는 미성년 집단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교육 목적이 있어야 하고 그에 합당하게 
제작되어야 한다. 교과서는 자유로운 학문의 성과를 집약·정리하여 발간하는 학자들의 개설서와는 
다르다. 한국사 교과서는 대한민국의 헌법과 국체(國體)를 기준으로 하여 국민에게 그 역사를 
'가르쳐[敎]' 국민으로 '기른다[育]'는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따라서 교과서 제작 주체는 국가나 국가가 지정한 집단이 되어야 한다. 물론 그 구성원은 민주적 
절차로 선임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 목적을 달성하고 학자들 간 이견을 줄이기 위해서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각각 한 권의 교과서로 엮어 사관(史觀)의 통일성을 꾀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통합 교과서를 기획하고 제작할 수 있는 주체는 국가밖에 없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작업에 참여하는 학자들은 학회, 출신 학교, 전공, 지역, 연령 등을 초월함은 
물론 초·중·고 교사들도 동참시키고 신청제로 하여 참여 폭을 넓혀야 한다. 그리고 이들의 논의를 거쳐 최대 공통분모가 되는 
내용을 교과서에 수록해야 한다. 이렇게 제작된 교과서는 4~5년 주기로 다른 연구자들이 수정·보완하여 재집필하는 시스템을 
갖추면 대립 없는 교과서가 될 것이다. 
이런 작업은 10명 미만의 집필자로 구성된 현행 검인정 교과서 체제하에서는 할 수가 없다.

국정화 주장은 국사 교육 정책과도 관련이 있다. 현재 교과서 분량은 학생들에게 피로감을 줄 정도로 많다. 그러므로 교과서 
분량을 줄여야 한다. 그 내용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초·중·고를 각각 한 권으로 하되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만 수록한다. 
평가 목표는 전원 100% 이해로 설정하고, 측정 목표치는 '합격(PASS)' 여부만 가리는 것으로 하여 통과의례로서 국사 교육을 
필수화하는 것이다. 그 밖의 교과 시간은 교사의 역할로 돌려서 부담 없는 국사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 
그 시간에 주변국 사정과 세계사 교육 등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수능 및 공무원 고시와 관련하여 수험생에게 혼란을 주어서는 안 되므로 국정화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정화가 출판사마다 과다한 출혈 경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고,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우경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유용한 주장들은 앞으로 계속 제기되고 수정·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이들의 가장 큰 우려는 1970~80년대처럼 국가권력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하여 교과서를 
획일화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의 정치 현실과 다르다. 오히려 과잉 민주화를 우려할 정도다. 
시민단체나 SNS 등 통신 매체가 그런 상황의 발생을 결코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한다. 그렇다고 국정화가 최상이고 검인정화가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떤 체제든지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단지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 국정화가 상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그리고 교과서는 체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내용이 좋아야 좋은 교과서이다.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우리 민족에게 좋은 역사 교과서를 선물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