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은 다들 재미나게 보냈니? 시골 뒷산에서 밤을 딴 친구들도 있지?
토실토실 잘 익은 알밤이랑 똑 닮은 게 있는데, 혹시 본 적 있니?
이맘때 칠엽수 아래선 밤톨 같은 게 굴러다니는 걸 볼 수 있어.
아기 주먹만 한 칠엽수 열매는 다 익으면 밤송이처럼 절로 벌어져. 그러다 툭 떨어진단다.
그 안에 들어 있던 발그스름한 갈색에 반질반질 윤이 나는 씨가 또르르 굴러 나오기도 해.
하지만 맛도 밤 같을 거라고 생각하면 절대 안 돼. 날로 먹으면 배탈이 나거든.
독 성분이 들어 있어 다람쥐나 벌레도 잘 먹지 않아.
- 그림=손경희(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나무’)
서양칠엽수는 씨앗은 칠엽수랑 같은데, 열매에 아주 딱딱하고 뾰족한 가시가 있어.
흔히 '마로니에'라고 하지. 서양칠엽수 아래를 지날 땐 열매의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자주 지나던 길이나 공원에서 칠엽수 열매를 보았다면, 지난 늦은 봄의 기억을 한번 더듬어 보렴.
그즈음 소프트아이스크림 모양의 꽃이 활짝 피었던 게 기억날 거야.
칠엽수는 가지 끝에서 자잘한 우윳빛 꽃이 100개도 넘게 피어나지.
그 모양이 마치 원뿔 같아. 멀리서 보면 칠엽수에 수많은 아이스크림콘이 꽂혀 있는 것 같기도 해.
칠엽수는 이름 그대로 잎이 일곱 장씩 달려. 손바닥을 쫙 편 것처럼 모여 나지.
어린순이 처음 나올 땐 접은 우산 같다가, 서서히 자라면서 잎이 펴져.
칠엽수를 잘 기억해 뒀다가 한겨울에 다시 보러 가 보렴. 칠엽수 겨울눈은 유난히 크거든.
만지면 끈적끈적하기까지 해. 새들에게서 겨울눈을 지키기 위한 칠엽수의 지혜야.
계절마다 다른 칠엽수 모습을 놓친 게 아쉽다면, 잘 기억해 두었다가 내년엔 꼭 지켜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