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인문의 향연] 時間(시간) 앞에 의연하게, 變化(변화) 앞에 용기 있게

바람아님 2014. 12. 10. 10:34

(출처-조선일보 2014.12.10 신수진 사진심리학자)

원치 않는 退步에 당황하는 우리들
긴 시간을 觀察한 장태원의 작품은 좌절서 에너지를 얻는 哲學 담아내

신수진 사진심리학자세상만물은 변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포함한 세상은 변하고 있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듯이, 매일 태양이 떠오르고 어제와 오늘의 하늘빛이 다르듯이 
어느 한순간도 우리는 고정된 시간을 경험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인간이 변화를 감지하고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기회는 매우 한정적이다. 
어느 날 문득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서 부모님과 닮은 흰머리나 주름진 얼굴을 발견하게 되는 
것처럼 미래는 예측 가능한 듯하지만 변화라는 이름으로 갑자기 찾아와서 당혹감을 안겨준다. 
변화는 주목받고 인지되는 순간 비로소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원치 않는 방식으로 몰려온 변화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있다. 
전진만을 원하고 발전만을 칭송하는 세상에서 어제보다 나아진 오늘은 그리 특별할 것도 없어 보인다.
반대로 부정적인 변화, 즉 퇴보로 받아들여지는 변화는 쉽게 우리를 혼란에 빠뜨린다. 
원치 않는 자리로 인사 발령을 받았거나 병에 걸려서 억지로 쉬어야 하는 경우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하루아침에 찾아든 재앙처럼 호들갑스럽게 받아들이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란 불가능하다. 
길고 긴 시간 속에서 지금 나에게 감지된 변화가 앞으로 어떤 변화로 이어질지를 의연하게 파악하고 
용기 있게 맞서는 자세가 중요한 것이다.

재미(在美) 사진가 장태원(1976~ )의 
'스테인드 그라운드(Stained Ground)' 연작은 변화를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을 담고 있다. 
작가는 2006년부터 산업혁명 이후에 인류 생활의 기반을 형성해온 주요 산업에 대한 조사를 통해서 
산업구조의 변화가 초래한 산업 풍경의 변모를 추적해 왔다. 
철강·섬유·교통·석탄 등 인류의 번영과 풍요를 주도해온 산업들은 거대한 규모의 시설물을 구축함으로써 
도시를 형성하고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결코 불이 꺼지지 않을 것 같은 번영을 구가하던 그곳에서도 변화는 계속되었다. 
어느 곳에는 불이 꺼지고, 사람들의 출입이 통제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새로운 시설이 들어서면 다시 불이 켜졌다. 
작가는 미국 전역과 한국·일본 등지를 돌며 이러한 장면들을 찾아내고, 
번영과 쇠락이 커다란 변화의 흐름 속에서 순환되고 있음에 주목하게 되었다.

얼어붙은 호수에 드리운 달빛과 그 빛으로 푸르러진 하늘의 한가운데 위풍당당한 건물이 보인다. 
낮이 아닌 한밤에 이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작가는 차가운 얼음 위에서 대형 필름카메라의 셔터를 열어놓고 네 시간을 기다렸다. 
천천히 빛을 빨아들이는 필름 위에서 한때 미국 최고의 철강 생산량을 자랑하였지만 
지금은 멈춰버린 베들레헴 스틸 공장은 다시 살아났다. 
인간의 눈으로는 온전히 볼 수 없는 어둠의 깊숙한 곳으로부터 그들의 가장 빛나는 시간을 되살려 내기라도 하듯, 
작가는 아무런 조작도 없이 환상적이면서도 강렬한 장면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게 그의 사진은 말 그대로 시간의 축적인 동시에 긴 시간에 대한 관찰의 도구가 되었다.

장태원, SG U 216, 미국 뉴욕 버펄로, 2013.
장태원, SG U 216, 미국 뉴욕 버펄로, 2013.
장태원이 작업에 임하는 방식은 철학자의 산책을 연상시킨다. 
느린 걸음으로 세상을 탐색하며 서로 멀리 떨어진 것들을 연결시킴으로써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내기 때문이다. 
발전을 당연하게, 퇴보를 위기로만 인식하는 이분법적 논리는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 뿐 아니라 
좌절로부터 일어설 용기조차 꺾어버린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창의적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멈추지 않는 시간 앞에서 좌절하거나 원치 않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대신 
오늘도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스스로 시간을 쌓아가야 하는 것이다. 

 

<큰 이미지> 

 

 

['스테인드 그라운드(Stained Ground)'-장태원 출판 기념展 바로가기]

 

장태원은 미국에서 활동하고있는 재미 사진작가이다.

그의 작품활동을 보면 가히 "밤의 작가"라 할수 있을 것이다. 그는 장노출로 작품을 만들며 그러려면 밤에 별빛과 달빛만으로

작품을 완성하며 이런 작업형태에서 영감을 얻어 산업의 변천사라는 일관된 주제로 장기간에 걸쳐 촬영한다.

산업의 발달로 우리의 생활이 윤택해지고 그런 산업은 시시각각으로 변해왔다.

그과정에서 쇠퇴하는 산업이 생기고 또 다른 산업이 일어 나는것을 반복하며 쇠퇴한 산업은 과거의 영광에도 불구하고 점차

잊혀져 가는것이 안타까워 이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는 작업을 한것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데는 이러한 작업과정까지 모두 이해 할때에만 이해가 가능하다.

암울하기만한 캄캄한 어둠속에서 긴시간을 기다려야하는 장노출로 낮에 담은 사진보다 더 밝은 사진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만들어낸 사진은 낮에 보이는 모든것을 다 담는것이 아니고 필요한곳만 밝혀주는 빛을 찾아 간다.

 이러한 그의 사진은 세계적 아트 출판사인 독일 핫제 칸츠(HATJE CANITZ)에서 출간된 장태원작가의 사진집 '스테인드 그라운드(Stained Ground)' 에 실려 있으며 이를 기념하는 출판 기념전이 2014. 12. 10(수)~2015. 1. 31(토) 기간중 한남동 소재

램프랩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