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自然과 動.植物

[그림으로 보는 자연] 다섯 갈래 노란 별, 새벽녘 호박밭에 피었네

바람아님 2014. 12. 12. 20:53

(출처-조선일보 2014.12.04 박윤선 생태교육 활동가)


'호박처럼 못생겼다' '호박꽃도 꽃이냐'라는 말이 있어. 
이건 정말 뭘 모르는 소리야. 호박을 찬찬히 들여다본 적이 없는 사람이나 하는 말이지.

고작 한 해밖에 못 사는 호박한테 어리다느니 늙었다느니 하는 게 우습지만, 호박 이름이 진짜로 그래. 
덜 자란 어린 호박을 '애호박'이라고 하는데, 이건 여름이 제철이야. 
전체적으로 연둣빛이 돌고 양끝으로 갈수록 색이 짙어지지. 
표면에 결이 있긴 하지만, 아직 두드러지지 않고 매끄러워. 잘라 보면, 속은 살짝 노르스름하고 폭신하단다.

호박.
/그림=이재은(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채소')
호박은 암꽃이 필 때부터 꽃 끝에 조그맣게 달려. 꽃가루받이가 되면, 열흘쯤 지나 애호박을 따 먹을 수 있어. 
애호박은 된장찌개나 국에 넣어 먹고, 전으로도 부쳐 먹고, 나물처럼 무쳐 먹기도 해.

애호박이 더 자라면 늙은호박이 돼. 
늙은호박은 애호박이랑 전혀 다른 채소로 보일 정도로 크기나 모양, 빛깔이 전부 다르지. 
겨울로 들어서는 늦가을은 늙은호박이 제철이야. 
올록볼록 줄이 예쁘게 잡힌 둥그런 늙은호박은 먹기 아까울 정도로 참 예뻐. 
늙은호박으론 죽이나 범벅을 하거나, 말려서 떡에 넣기도 하고, 소금 간만 해서 국을 끓여도 맛이 좋아. 
달콤해서 울릉도에선 엿으로도 만들어.

호박은 처음에 거름을 두둑이 묻고 물만 충분히 주면 잘 자라. 
몇 포기만 심어도 여름내 애호박을 따 먹고, 호박잎을 삶아 쌈도 싸 먹고, 남겨 둔 늙은호박은 겨우내 먹고, 
심심할 땐 볶은 호박씨를 까먹고…. 일 년 내내 좋은 먹을거리가 된단다.

커다란 호박꽃은 별처럼 다섯 갈래로 갈라졌어. 
눈부시게 샛노란 꽃이 부지런하게도 새벽에 일찍 피어. 
향기는 또 얼마나 좋은데! 
뜻밖에 좋은 일이 생겼을 때 하는 '호박이 넝쿨째 굴러왔다'는 말은 참 맞는 말이고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