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中 정치원로 장쩌민 "내 가족은 건드리지 마"

바람아님 2015. 1. 5. 21:34

[서울신문 2015-1-5일자]

 

  

장쩌민(江澤民·89) 전 중국 국가주석이 연초부터 공개 활동을 통해 건재를 과시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전방위적인 사정 한파로 정치 원로들의 위상이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이뤄진 행보여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 전 주석이 이달 초 부인 왕예핑(王冶坪·87) 여사를 비롯해 아들과 손자를 이끌고 하이난(海南)성의 명산 둥산링(東山嶺)에 올랐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4일 보도했다. 장 전 주석은 왕 여사와의 사이에 두 아들 장몐헝(江綿恒·64) 상하이(上海)과학기술대 총장, 장몐캉(江綿康·58) 상하이시지리유한공사 사장을 두고 있다.

신문은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장쩌민은 부축을 받아야 했지만 대체적으로 건강해 보였다"고 전했다. 장쩌민은 둥산링에 올라 "하이난의 명산에 오르지 못했다면 한으로 남았을 것이다. 내가 이곳에 온 게 결코 헛걸음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난성 뤄바오밍(羅保銘) 당서기가 장쩌민을 직접 수행했다.

'사망설'과 '와병설'에 시달리는 장쩌민이 연초부터 산에 올라 공개 활동에 나선 것은 시 주석을 상대로 자신의 가족은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시 주석의 사정 칼날 아래 장쩌민 계열로 통하던 저우융캉(周永康) 전 상무위원 등 '큰 호랑이'(부패 몸통)들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전직 원로는 건드리지 않는다'(刑不上常委)는 불문율이 깨졌으며 저우융캉 구명 로비를 시도했던 장쩌민은 차기 타깃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저우융캉 조사 과정에서 장쩌민의 장남 장몐헝이 저우융캉의 아들과 함께 석유 업계를 농단하며 비리에 연루돼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온 바 있으며 손자 장즈청(江志成·29)은 장쩌민의 도움을 받아 창업한 사모펀드 보위(博裕)를 통해 3조원대의 거액을 챙겼다는 외신의 보도도 나온 바 있다.

장밍(張鳴) 중국인민대 정치학과 교수는 "중국 원로들의 공개 활동에는 반드시 정치적 함의가 있다"면서 "자신의 가족들을 지키겠다는 필사적인 의지를 담은 제스처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