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일사일언] 실크로드 출신 이태백

바람아님 2015. 2. 11. 09:24

(출처-조선일보 2015.02.11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중국 당나라 최고의 시인인 이태백이 키르기스스탄 출신이라는 것을 아는가. 
그는 아버지 이객(李客)이 쇄엽성(碎葉城·현재 키르기스스탄 토크마크)에서 살 때 태어났다. 
그의 본관은 원래 흉노와 같은 오랑캐들의 본거지인 농서(隴西·현재의 간쑤성 남부지역)이고, 
5세 때부터 자란 곳도 현재 쓰촨성 북부의 산악지역이니 실크로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그의 성격과 거침없이 써내려간 호방한 필체는 
중앙아시아 특유의 기질을 연상시킨다. 
그의 시(詩) 중 변방에 파견된 한나라 장수의 마음을 노래한 '관산월(關山月)'이 바로 그가 
다시 고향 근처인 투루판 지역으로 돌아와서 쓴 것이다. 
야사에는 이태백이 발해의 문자에도 능통했다고 하니 당나라 사회에서 이태백은 다양한 문화에 능통한 사람으로 비친 듯하다.

이태백이라는 불세출의 시인이 나오는 데에는 다양한 민족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한 당나라 사회가 있었다.
한족과 주변의 다양한 민족이 서로 어울려 살았던 당나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 역사의 절정기였다. 
그간 중국은 이태백이 중앙아시아 출신이라는 것을 무시해왔지만 최근 실크로드에 대한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그가 중앙아시아 출신이라는 것을 널리 홍보하고 있다.
[일사일언] 실크로드 출신 이태백
최근 한국에서도 유라시아를 가로지르는 철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유라시아 각 지역과 협력을 강화하는 
'신(新)실크로드'를 꿈꾼다. 대상(카라반)이 목숨을 걸고 삭막한 사막을 건너는 모습이 실크로드의 전부가 아니다. 
다양한 문화와 민족이 서로의 장점을 받아들여서 문화가 융성하는 것이 실크로드의 진면목이다. 
한국도 최근 경주를 중심으로 실크로드를 한반도로 연장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21세기 신실크로드는 다양한 문화에 열린 우리의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