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4. 30. 23:54“천공이 생겼소.” 뒤랑이 말했다. “퀴레트(수술 기구)로 말이죠?” “물론이오.” 뒤랑이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 “그밖에 뭘로 한단 말이오?” 라비크는 검진을 계속했다. 그러고는 몸을 일으켰다. “당신은 천공을 만들었고, 그걸 몰랐어요. 구멍을 통해 둥글게 휜 장의 일부가 끌려 나왔지요. 당신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던 겁니다. 아마도 태아막 일부가 아닌가, 생각했겠지요. 그걸 긁어낸 겁니다. 그래서 상처가 생겼고요. 맞지요?” 뒤랑의 이마는 땀으로 뒤범벅이 되었다. -레마르크 ‘개선문’ 중에서환자용 영양 음료를 사다 달라는 지인의 부탁을 받고 인근 병원에 갔다. A등급 병원이었는데 평소와 달리 주차장 입구부터 혼잡했다. 대형 병원, 대학 병원으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