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氣칼럼니스트/진중권칼럼과쓴소리 162

[진중권 칼럼] 인공지능, 시대의 흐름인가 예술의 종언인가

중앙일보 2022.09.08. 01:18 「 AI가 생성한 작품, 디지털 아트 1등 그래도 우승자는 그걸 고르는 인간 카메라 나오자 창조 영역 개척했듯 이번에도 AI 뛰어넘어 더 비약할 것 」 얼마 전 미국의 한 온라인 게임 제작자가 AI 프로그램 ‘미드저니’로 생성한 작품을 출품해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1등을 차지했다. 아니나 다를까. 해묵은 물음이 다시 제기됐다. 이 논란을 다룬 중앙일보 기사엔 이런 부제가 달려 있었다. ‘시대의 흐름인가, 예술의 종언인가.’ 이 논란의 기원은 저 멀리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옥스퍼드에서 가르칠 때, 그의 강의를 듣는 학생 중에 유명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앨런 튜링.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컴퓨터는 기본적으로 그가 발명한 ‘유니버..

[진중권 칼럼] 반지하

중앙일보 2022. 08. 11. 00:55 「 빗물에 갇혀 반지하 세 가족 참변 빈부 격차가 생명·생존의 문제로 사회적 취약층 대피계획 중요하나 궁극적으론 ‘탈 반지하’ 계획 필요 」 아주 오래전에 한동안 반지하에서 산 적이 있다. 군 복무 중에 휴가를 맞아 어머니께 인사를 시키려고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갔는데, 마침 그날따라 장대비가 내렸다. 집에 들어가니 어디서 새어 나왔는지 벽에 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지금도 가끔은 그때 그 아이 심경이 어땠을지 궁금해진다. 영화 ‘기생충’에도 반지하가 등장한다. 영화가 오스카상을 수상하자 오직 한국에만 존재하는 이 독특한 거주공간이 국제적 관심을 모았다. 영국의 BBC는 ‘서울에서 반지하에 사는 진짜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그 제목엔 ‘그런..

[진중권 칼럼] 5·18 단상

중앙일보 2022. 05. 19. 00:43 「 보수 대통령도 민주화 직선제 선출 5·18, 이념 넘어 모두의 정치 자산 누구도 폄훼하거나 사유화 말아야 여당 전원 참석이 통합의 출발 되길 」 엊그제 같은데 그날로부터 벌써 42년이 흘렀다. 젊은 시절 광주는 우리의 영혼이었다. 우리 윗세대가 평생 한국전쟁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우리 세대는 광주학살의 기억을 평생 잊지 못할 트라우마로 안고 살아왔다. 우리가 젊은 시절에 기성세대의 6·25 얘기를 지겨워했듯이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는 우리가 늘어놓는 5·18 얘기를 지겨워할지 모르겠다. 우리가 6·25 얘기를 지겨워했다고 자유를 지키다가 순국한 이들의 희생을 무시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들의 희생을 기득권 유지에 써먹는 군사정권의 행태를 미워했던 ..

[진중권 칼럼] 러시아를 어떻게 탈나치화할 것인가

중앙일보 2022. 04. 21. 00:43 「 푸틴, ‘나치즘 해방 위해 전쟁’ 주장 히틀러의 ‘공산주의 해방’과 유사 러시아, 지식인 떠나고 병영국가화 러시아인, 더 나은 삶 살 권리 있어 」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는데 이번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를 들여다보니 그곳 상황이 심상치 않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으로 ‘탈나치화’를 내세웠지만, 정작 탈나치화가 필요한 것은 그곳이 아니라 러시아로 보인다. 지금 러시아에서 벌어지는 여러 상황이 나치 치하의 독일사회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인을 ‘나치즘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고 말한다. 히틀러는 러시아인을 ‘공산주의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계 주민이 사는 크리미아와 돈바스..

[진중권 칼럼] 푸틴의 상상계

중앙일보 2022. 03. 24. 00:42 「 히틀러 같은 망상으로 러시아 세뇌 푸틴 사상의 토대는 두긴의‘지정학’ ‘유라시아 제국으로 서방과 싸우자’ 우크라이나가 망상 깨기 위해 항전 」 푸틴은 자신이 일으킨 전쟁을 ‘극단적 민족주의자와 네오나치들로부터 우크라이나 인민을 해방’시키기 위한 ‘특수작전’이라 불렀다. 당치도 않은 얘기다. 우크라이나에서 네오나치라 불릴 만한 집단은 아조프 연대뿐인데, 이들마저 정규군에 편입된 이후로는 극우적 성격이 많이 희석된 상태다. 푸틴의 ‘서사’를 믿고 우크라이나 땅을 밟은 러시아 병사들은 눈 앞에 펼쳐지는 ‘현실’ 앞에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정작 그 땅에 네오나치는 없었고, 자기들이 해방시키려는 그 사람들이 자기들에게 필사적으로 저항했기 때문이다. ‘서사’와 ‘..

진중권 "한 여고생 위문편지 일탈..젊은 남성들 발끈할만 했다" [진중권 칼럼]

중앙일보 2022. 01. 27. 00:45 「 한 여학생 일탈에 남성들 집단반응 여성을 경쟁자로 인식하기 때문 페미니즘을 위협으로 느끼고 공격 젠더갈등 속 성평등은 조금씩 진전 」 초등학교 시절의 일이다. 숙제로 위문 편지를 썼는데, 누이들이 그걸 읽고 자지러진다.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휴전선에 계신 파월 장병 아저씨...(중략) 아저씨의 명복을 빕니다.” 월남에 파병되어 휴전선을 지키는 군인에게 명복을 비는 초현실주의적인 상황. 얼마나 우스웠겠는가. 이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한 젊은이가 다짜고짜 쌍욕이 섞인 댓글을 단다. ‘군인에게 명복을 빈다고 한 게 뭔 자랑이라고 이런 데에 올리냐.’ 초등학생이 억지로 편지의 공백을 메꾸려고 이런저런 상투어를 쓰다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

진중권 "설강화가 문제? 그럼 '쉰들러 리스트'는 나치 미화냐" [진중권 칼럼]

중앙일보 2021. 12. 30. 00:43 ‘설강화’ 공격은 운동권의 시대착오 민주화에 간첩잠입 설정 왜 안되나 안기부 1명 정의로우면 미화인가 상투적 세계관으로 창작억압 안돼 ‘설강화’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 드라마가 군부독재를 미화하고 민주화운동을 모독했다는 것이다. 누군가 청와대에 드라마의 방영중단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올렸고, 20만 명이 넘는 이들이 거기에 서명을 했다. 그것으로 모자랐는지 이 드라마가 ‘반헌법적’이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중략) 자신의 상투적 세계관으로 창작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 그거야말로 민주화운동이 추구하던 가치의 배반이다. 자신의 교조적 관념으로 상상의 영역마저 통제하려 드는 자들. 이 이념 깡패들이야말로 열린 사회의 적들이다. 민주화운동은 우상이 아니..

진중권, 이재명에 "종전선언 초 친 바이든도 친일파?..아무 생각 없어"

뉴시스 2021. 12. 12. 18:05 기사내용 요약 (바이든 대통령) 북경 올림픽 보이콧하고, 새로 대북 제재"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해 "하나 마나 한 종전선언에 반대하면 친일파(라고 한다)"라며 "그럼 바이든도 친일파겠네"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북경 올림픽 보이콧하고, 새로 대북 제재를 해서 종전선언에 초를 쳤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후보가) 입으로는 '친일파가 득세한 더러운 역사'라며 요란하게 외쳤지만, 실제로 하는 일을 보라. 결국 이승만 평가, 박정희 존경, 전두환 찬양"이라며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라인이야말로 민주당에서 '더러운 친일의 계보'라 선전해 오던 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