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氣칼럼니스트/진중권칼럼과쓴소리 162

[진중권 칼럼] 마키아벨리와 리바이어던

중앙일보 2023. 11. 2. 00:49 사당으로 전락해버린 여야 모습 정치실종은 정당의 죽음서 비롯 당내 이견 허용과 통합의 언어가 정치 기능 되살리는 변화의 시작 “이제 그만두셔야죠.”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악수를 청하는 대통령에게 했다는 말이다. 몇몇 의원은 악수를 하며 대통령의 얼굴을 보지 않았고, 몇몇 의원은 아예 악수 자체를 거부했다고 한다. 이른바 ‘정치의 실종’을 이보다 분명히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다. ‘정치의 실종’은 ‘정당의 죽음’에서 비롯된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정당’의 성격을 잃은 지 오래. 여당은 대통령의 경호부대로, 야당은 당 대표의 방탄조끼로 전락해 버렸다. 이 나라에 공당(公黨)은 없다. 그저 대통령과 당대표의 사당(私黨)이 있을 뿐이다. 민주당은 마키아벨리스트를 군주로..

[진중권 칼럼] 무권유죄 유권무죄

중앙일보 2023. 10. 5. 00:33 수정 2023. 10. 5. 00:39 증거 확보돼 증거인멸 우려 없다? 자료는 있지만 직접증거는 없다? 난해한 이재명 대표 영장 기각문 공당 대표 신분 의식한 것 아닌가 유권무죄, 무권유죄. 실제로 그가 ‘공당의 대표’라는 사실을 영장 기각 사유의 하나로 기재되었다. 해석학과 언어철학을 전공했지만, 영장 판사가 밝힌 기각의 사유는 이차대전 중의 에니그마 머신만큼 난해하기 짝이 없다. 하나씩 살펴보자. ‘인적·물적 증거가 확보되었다’는 판단과 ‘직접증거가 부족하니 증거를 더 찾아오라’는 요구는 서로 충돌한다. 이 모순을 완화해 주는 게 증거라는 말 앞에 붙은 ‘직접’이라는 말. 즉, 간접증거는 많아도 직접증거는 없다는 얘기다. 대체 ‘직접증거’가 뭘까? 이재명 ..

진중권 “이게 무슨 혁신? 사법리스크 이재명과 수령님 결사 옹위하듯 하는 얼빠진 강성 팬덤이 문제”

문화일보 2023. 8. 11. 11:09 수정 2023. 8. 11. 11:12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혁신안과 관련해 "이게 무슨 혁신인가"라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10일 밤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우리 알지 않나. 사법리스크에 싸여 있는 이재명 대표, 그 다음에 대표를 수령님 결사 옹호하듯이 하는 얼빠진 강성 팬덤층, 이 사람들이 문제"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이건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뭘 혁신하겠다는 건가"라며 "결국 던져놓은 것도 그쪽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결국 문제가 됐던, 민주당에 위기를 불러왔던 요소를 아예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을 위기로 몰아넣은 요인 중 하나가 당 전체가 ..

[진중권 칼럼] 모든 책임은 여기에서 멈춘다

중앙일보 2023. 8. 10. 01:02 잼버리 책임 놓고 꼴사나운 공방 언제까지 ‘전 정권 탓’ 돌릴 건가 여야 다 같이 책임 면하기 어려워 희생양 찾기보다 해결책 제시를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트루먼 대통령의 명언이 새겨진 팻말을 선물했다고 한다. ‘모든 책임은 여기에서 멈춘다(The buck stops here).’ 듣자 하니 ‘대통령직이란 더 이상 남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없는 최종적인 자리’라는 뜻이란다. 어쩌다가 이 나라가 국제행사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나라가 됐을까? ‘한류’로 쌓아 올린 국가의 이미지가 잼버리 대회 하나로 우르르 무너져 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대통령실은 전 정권 탓부터 했다. “전 정부에서 5년 동안 준비한 것이다.” 수해도 전 정권 탓..

[진중권 칼럼] 프레임의 전쟁

중앙일보 2023. 7. 13. 01:02 야, 합리적 의혹 넘어 비리 단정 장관은 국책사업 판돈처럼 여겨 여야 다같이 출구전략 고민해야 선거 승리는 올바른 프레임부터 문제는 합리적 의혹의 수준을 넘어 성급하게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단정해 버렸다는 데에 있다. 의혹을 제기했으면 일단 답변부터 들어야 하나, 민주당은 딱히 국토부의 답변을 듣고 싶어 하는 것 같지 않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사태의 진상이 아니라 국민의 머릿속에 남길 인상일 테니까. 선을 넘은 것은 국토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정말로 제기된 의혹 때문에 변경안을 포기하겠다면, 그 대안은 상식적으로 사업을 원안대로 추진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는 아예 사업 자체를 ‘백지화’해 버렸다. 언론과 민주당의 공세를 방어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

진중권 "강성팬덤에 갇힌 민주, 끊어낼 수 없는 상태...李 체제론 희망 없어"[송길호의 파워...

이데일리 2023. 6. 23. 05:30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 종족화, 왜곡 프레임 …잇단 헛발질로 위기 자초 이념 틀 갇힌 윤 정부도 문 정부 실패답습 우려 ‘용인할 수 있는 보수’로 중도층 지지 끌어내야 미학자이자 논객 진중권의 정치사회 비평은 신랄하다. 진보 보수, 내편 네편 따로 없다. 심지어 오랜 친구 조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를 ‘모두까기’라고 부른다. 양 진영 모두 경계하고 어느 정파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지만 그는 “진영을 위해 정의가 희생되거나 왜곡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스스로 좌파로 규정한다. 그래도 586운동권과는 달리 민중민주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 신봉자다. 진 교수는 지난 13일 서울 홍대 근처 자택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윤석열정부도 문재인정부처럼 이념의..

[진중권 칼럼] 선거가 세탁기인가

중앙일보 2023. 6. 15. 01:03 「 ‘길 없는 길’ 운운한 조국 전 장관 ‘민주당 밖 민주당 후보’ 가능성 검찰독재 프레임 총선 활용할 듯 선거가 한풀이 푸닥거리 돼서야 」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 나가겠다.” 조국 전 장관이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렸다. 평산마을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같이 있는 사진도 함께 올렸다. ‘길 없는 길’이 뭘 의미하는지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 결국 다음 총선에 나오겠다는 얘기 아니겠는가. 아내가 도합 5년의 형을 받고, 본인도 1심에서 징역 2년의 형을 받았다. 게다가 며칠 전엔 서울대에서 ‘파면’이라는 중징계까지 받았다. 남들은 이미 그것만으로 그의 사회생활이 끝났다고 보나, 본인은 여전히 사회적 생명에 대한 강한 집착과 미련을 드러..

[진중권 칼럼] 탈진실 이후는 탈윤리?

중앙일보 2023. 5. 18. 00:58 수정 2023. 5. 18. 06:15 「 ‘공약의 부담’마저 외면한 민주당 ‘쇄신 의총’선 도덕성 포기 발언도 총 15년 집권하며 기득권층 변질 윤리 기준마저 저버리는 단계로 」 “갈수록 확대되는 부동산, 금융 등 자산 불평등 심화를 막고 공정사회를 실현한다.” 민주당의 강령에 나오는 문장이다. ‘강령’이란 그 당의 정치적 정체성을 규정한 문서다. 어쨌든 이 문서에 따르면 민주당의 정치인들은 모름지기 부동산이나 금융을 통한 자산 불평등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입으로는 ‘자산 불평등을 막아 성실히 일만 해도 먹고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던 이들이 저 혼자 사다리의 가장 높은 쪽에 오르겠다고 자산 불평등을 더 심화시키는 일만 골라서 해 왔다. 하긴, 남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