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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근 칼럼] 포트 해밀턴과 켈파르트

(출처-중앙일보 2012.03.20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 1886년 4월 15일, 나가사키에 주둔해 있던 영국함대 사령관 도웰 제독은 본국 해군성에 급전을 보냈다. “전함 아가멤논, 페가수스, 파이어브랜드호(號)를 발진시켰음. 목표지는 포트 해밀턴. 러시아함대는 보이지 않음.” 포트 해밀턴-마치 야생동물들이 발톱 자국이나 오줌을 갈겨 영역을 표시하듯 영토 확장의 본능을 주체할 수 없던 제국들이 타국 땅에 꽂은 낯선 팻말의 실제 주인은 거문도였다. 남해 고도(孤島) 거문도가 영국의 눈에 띈 것은 1845년이었고, 그 후 이 바위섬이 제국 열강의 쟁탈전에 내몰리는 것을 조선 조정은 알 길이 없었다. 당시 영국 신문은 해군의 거문도 점령을 대서특필했는데, 어떤 신문은 켈파르트로 보도하기도 했다. 켈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