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36>환상의 빛 환상의 빛 ―강성은 (1973∼) 옛날 영화를 보다가 옛날 음악을 듣다가 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구나 생각했다 지금의 나보다 젊은 나이에 죽은 아버지를 떠올리고는 너무 멀리 와버렸구나 생각했다 명백한 것은 너무나 명백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몇 세기 전의 사람을 사랑하고 몇 ..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2.04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34>가족의 힘 가족의 힘 ―류근(1966∼) 애인에게 버림받고 돌아온 밤에 아내를 부둥켜안고 엉엉 운다 아내는 속 깊은 보호자답게 모든 걸 안다는 듯 등 두들기며 내 울음을 다 들어주고 세상에 좋은 여자가 얼마나 많은지 세월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따뜻한 위로를 잊지 않는다 나는 더 용기를 ..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2.03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33>파리 파리 ―장석주(1955∼) 비굴했다, 평생을 손발 빌며 살았다. 빌어서 삶을 구하느라 지문이 다 닳았다. 끝끝내 벗지 못하는 이 남루! 벽에 앉아 앞발을 싹싹 비비고 있는 파리. 발바닥에 들러붙은 이물을 비벼서 터는 중이시다. 파리는 발바닥으로 냄새와 맛을 느낀다. 그래서 발바닥을 말끔..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1.30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25>그저 그런 그저 그런 ―백상웅(1980∼) 가방이 뜯어졌다. 속에 든 모든 게 쏟아졌다. 언제 집어넣었는지도 잊은 영수증, 책, 동전, 너무나도 익숙한 흔들림이나 덜컹거림까지도 쏟아졌다. 게을러서 여태 내가 기대고 살았다. 장대비에 젖고 눈발에 얼고 한 날은 햇볕도 쬐고 하면서, 가방은 울상이었..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1.28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23>슬픈 로오라 슬픈 로오라 ―이문재(1959∼) 길을 바다의 끝까지 데려다 주고 교실로 들어선다 오전에 읽던 죽은 사람들의 책은 아직 열려 있고 칸나는 한 발짝도 여름에서 물러서려 하지 않는다 봉화촌의 아이들 산에서 멀거니 아버지를 잃어버리는 아이들 오늘은 굿당이 조용하고 수평선은 일전의 자..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1.27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22>단 하루라도 좋으니 단 하루라도 좋으니 ―박영희 (1962∼) 단 하루라도 좋으니 형광등 끄고 잠들어봤으면 누군가와 밤이 새도록 이야기 한 번 나눠봤으면 철창에 조각난 달이 아닌 온달 한 번 보았으면 단 하루라도 좋으니 따뜻한 방에서 한숨 푹 자봤으면 탄불 지핀 아랫목에서 삼십 분만 누워봤으면 욕탕에 ..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1.25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20>외계(外界) 외계(外界) ―김경주(1976∼) 양팔이 없이 태어난 그는 바람만을 그리는 화가(畵家)였다 입에 붓을 물고 아무도 모르는 바람들을 그는 종이에 그려 넣었다 사람들은 그가 그린 그림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붓은 아이의 부드러운 숨소리를 내며 아주 먼 곳까지 흘러갔다 오..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1.24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서울 뻐꾸기 조르조 모란디의 ’정물’(1939년) 서울 뻐꾸기 강우식(1941∼) 새벽 4시에 일어나 그 옛날처럼 평범하게 우는 서울 뻐꾸기 소리를 듣는다. 내 집 근처에도 숲과 산이 있음을 새삼 일깨워준다. 창을 여니 새벽별들은 내 막내딸의 초롱한 눈빛되어 가슴을 뚫고 내 인생에 있어 잊고 산 귀중한 ..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