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데스크에서] '앵그리 30대'의 國家觀

바람아님 2015. 3. 7. 07:59

(조선일보 2015.03.07 홍영림 여론조사팀장)


	홍영림 여론조사팀장 사진
조선일보가 창간 95주년 특집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다른 연령층에 비해 30대의 국가 자긍심

(自矜心)이 두드러지게 낮은 것이 눈길을 끌었다. 30대는 그들보다 연배가 높은 세대뿐 아니라 20대와 

비교해도 국가관(國家觀)이 독특했다.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자랑스럽다'는 응답이 30대는 57%로 

73%인 20대에 비해 크게 낮았다. '국가를 위해 자신의 이익을 희생할 수 있는가'란 질문에도 30대는 

'그렇지 않다'(54%)는 부정적인 반응이 '그렇다'(46%)는 응답보다 높은 유일한 세대였다.

30대의 특성에 대해선 이들의 인생 궤적(軌跡)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전교조의 영향을 받으며 학창 시절을 보냈고,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대학을 다니며 진보 성향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IMF 외환 위기 이후 경기 침체와 양극화의 영향으로 체제 부정적 

사고(思考)가 세대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10~20년 전의 사회·경제적 경험으로만 30대의 성향과 국가관을 설명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2003년 한국갤럽 조사에서 당시 20대였던 지금의 30대는 '우리나라의 역사가 자랑스럽다'는 응답이 76%로 모든 연령층 

중에서 가장 높았다. 이번 조사에선 역사에 대한 자긍심이 49%로 모든 연령층 중에서 가장 낮게 나타났다. 

30대는 이념 성향도 최근 10여년 사이에 큰 변화가 있었다. 2003년 조사에서 지금의 30대는 스스로가 보수(保守)란 응답이 

33%였지만 이번 조사에선 17%로 급감(急減)했다. 그동안 30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들은 지난 10여년 동안 취업 대란을 겪으며 회사에 들어갔지만 불안정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고, 결혼 이후엔 집값과 

교육비에 허덕이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국가와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 의식이 강해진 것은 이 때문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얼마 전 한 국제 조사에서는 우리나라 30대가 직장과 돈 문제로 시달리면서 웰빙 지수가 중국·홍콩·태국·뉴질랜드·영국 등의 

30대에 비해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금의 30대는 20대였던 2002년에 거리 응원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며 국가 자긍심을 강렬하게 과시한 '월드컵 세대'였다. 

이제는 힘겨운 현실로 인해 지치고 화가 난 '앵그리 세대'로 바뀌었다.

이들의 분노는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표출되고 있다. 

여당을 반대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야당에도 비판적 정서를 지닌 '반여비야(反與非野)' 성향이 강하다. 

작년 6월 지방선거에서 30대 투표율이 47%로 각 연령층 중에서 최저 수준이었던 것이 이를 입증한다.

지금 같아선 20대도 앞으로 30대의 행로(行路)를 따라갈 가능성이 있다. 

20대는 국가 자긍심이 아직까지는 30대보다 높지만 이들이 본격적으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이후엔 

현실에 대한 분노가 커질 수 있다. 

청년 세대의 국가 자긍심이 높아지기는커녕 갈수록 하락한다면 그 사회의 미래는 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