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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가 시장 삼키는 시대

바람아님 2015. 3. 29. 10:05

[중앙일보] 입력 2015.03.28 

우리가 소프트웨어를 아는가
산업혁명 초월한 SW혁명 진행중
효율·안전과 함께 위험도 내포
구닥다리 교육 바꿀 혁신이 필수

김진형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KAIST 명예교수

지금 우리 사회는 커다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스마트폰·인터넷 등이 변화를 가져왔지만 이보다 더욱 강력한 변화의 태풍이 예고돼 있다. 무인자동차, 3D 프린터, 무인항공기, 사물인터넷, 입는 컴퓨터, 식물공장, 컴퓨터가 쓰는 신문기사, 퀴즈 대회와 대입에 도전하는 인공지능 등이 대기하고 있다.

애플은 소프트웨어(SW)의 능력으로 경쟁의 법칙을 바꾸면서 시장을 석권했다. 구글은 무인자동차로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 현상을 외국 언론에서는 ‘SW가 시장을 먹어치우고 있다’는 표현을 쓰더니 요즘은 ‘모든 산업이 SW산업’이라는 표현까지 한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 SW를 통한 사회경제의 급격한 변화, 즉 SW혁명을 경험하고 있다.

산업혁명이 육체노동을 대체해 산업사회를 이끌었듯 SW혁명은 정신노동을 대체해 SW중심사회로 이끌고 있다. SW혁명은 산업혁명을 뛰어넘는 대변혁으로 그 영향과 속도에서 충격적이다.

SW중심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SW가 여기저기 많이 사용돼 투명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사회다. 또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해법이 존재해 우리 생활을 풍요롭게 한다. SW가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과학적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SW를 이용한 창조와 혁신이 일상화되며 작은 아이디어로도 큰 사업을 이룰 수 있다. 따라서 SW창업이 빈번하고 SW회사들이 성장을 주도한다. 개인, 기업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SW 능력이 바로 경쟁력이다.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준비가 안돼 있으면 커다란 재앙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일자리 문제다. 고도의 지적 활동까지 자동화됨에 따라 단순 일자리는 줄어든다. 기업은 고용보다는 자동화에 투자해 고수익을 올리겠지만 일자리는 계속 감소할 것이다. 기계와의 경쟁에서 인간이 밀려나는 것이다.

세계는 양극화되고 있다. 특히 SW는 승자독식의 경향이 강하다. 고소득의 극소수와 저소득의 대다수로 갈등이 고조될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소수의 국가는 잘 나가겠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 자동차, 철도, 항공기, 원자력발전소 등의 사회기간 시스템이 SW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SW의 안전성이 사회문제화한다. SW 오작동은 치명적인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SW의 안전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안전은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 어려움이 있다고 SW중심사회로의 변화를 피할 수 있을까. 규제와 투쟁으로 막을 수 있을까. 바람직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가능하지도 않다. 그러나 갈등을 완화하거나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질서의 탐구는 계속돼야 한다.

우리는 SW중심사회로의 전이를 국가적 차원에서 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의 혁신이다. 지금 우리 교육은 100년 전에나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SW중심사회의 혁신을 주도할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생존한다. 어떤 직업에서 무슨 일을 하든, SW를 자유자재로 만들고 활용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창조적 발상과 이를 즉시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다음세대의 SW 교육을 소홀히 하는 것은 그들에게 죄를 짓는 셈이다.

기업은 물론 공공서비스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더 적극적으로 SW를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SW활용도는 선진국의 30%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SW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SW산업은 스스로 성장한다.

SW중심사회에서는 개방ㆍ공유ㆍ협동의 정신이 필요하다. 남의 아이디어를 존중하면서도 재사용과 융합으로 창조하고, 점진적 개선으로 가치를 더해가는 SW친화적 문화가 필요하다. 구성원의 창의력을 극대화하는 경영기법도 배워야 한다. 이제 사회 전반에서 구시대의 틀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새 시대의 새 옷으로 갈아 입어야 할 때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KAIST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