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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고용·임금 유연성 빠지면 勞使政 타협 무의미하다

바람아님 2015. 4. 2. 09:39
문화일보 2015-4-1

노동시장의 구조 개혁을 위한 노사정(勞使政) 대타협은 결국 시한인 31일을 넘겨 불발됐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이어 또 한 번 대국민 약속을 허언(虛言)으로 돌린 셈이다. 노사정 대표들은 합의문 채택을 위해 논의를 계속한다지만, 현재로는 실효성 있는 성과물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건 시간이 아닌 시각의 문제인 탓이다. 특히 대타협의 관건인 노동시장 경직성 해소 방안에 노동계가 수용 불가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노사정위원회는 이날 4인 대표자회의, 실무 8인 연석회의를 동시·연쇄 가동하며 배수진을 쳤지만 핵심 의제에서 줄곧 평행선을 달렸다. 협상 기류를 결정지은 건 이날 오후에 열린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의 결과였다. 이 자리에서 산하 연맹과 지역 대표들은 파견 업무 확대, 임금체계 개편, 임금피크제 의무화 등을 '5대 수용불가' 항목으로 못 박았다. 한국노총의 협상 마지노선 설정으로 김동만 위원장의 재량권이 막히면서 대타협의 실마리도 사라진 것이다.

지난해 9월 시작한 노동 개혁의 의제는 여럿이지만, 핵심은 역시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이중구조를 해소하는 데 있다. 현 노동시장은 정규직 과보호 규제로 비정규직을 늘려왔고, 노조 입김이 센 대기업 위주로 임금이 오르면서 중소기업과의 격차를 키웠다. 과도한 연공급 체제는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을 막고 있다. 정년 60세 의무화 법안까지 만들어졌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대하지 않고 노동 난제들을 푸는 건 불가능하다. 한국노총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5가지 쟁점은 모두 고용·임금 유연성과 직결된다. 이를 빼고 대타협을 모색하는 것은 쌀 없이 밥을 짓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이날 민노총은 노사정위가 있는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악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또 노사정 합의에 맞춰 파업도 예고해 놓고 있다. 노동계는 일련의 개혁 의제가 "노동자의 불안정성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10%에 불과한 정규직 노조원의 입장을 대변할 뿐이다. 노동시장을 선진적으로 바꾸면 청년, 비정규직, 실업자들에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간다. 유연성이 빠진 합의는 무의미하다. 정부는 개혁다운 개혁을 위해 악역도 마다 않겠다는 각오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노동개혁 실패는 곧 청년을 백수로, 기업을 해외로 내모는 죄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