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5-7-10
인터넷에 올라 있는 글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SNS 댓글을 사진 찍은 것으로 짐작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도 철저하게 맞춤법이 파괴돼 있어 진짜라고 믿기지는 않는다. 아마도 누군가 웃기는 맞춤법을 모아서 나름대로 작문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더라도 여기에 나오는 잘못된 맞춤법은 실제로 문자메시지나 인터넷 댓글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다.
최근 한 취업정보업체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맞춤법 실수 중 가장 거슬리는 것을 조사한 결과도 이와 비슷하다. ‘빨리 낳으세요’ ‘어의가 없다’ ‘들은 예기가 있는데요’ ‘저한테 일해라절해라 하지 마세요’ ‘이 정도면 문안하죠’ ‘구지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요?’ ‘교수님이 오시래요’ ‘설앞장이 안 열려요’ ‘무리를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에어컨 시래기가 고장 났어요’ 등의 순이다.
인터넷에는 이런 사진도 올라 있다. ‘내 남자친구에게’라는 제목으로 애인에게 쓴 편지다. “오빠 나한테 문자 보낼 때는 맞춤법이 좀 틀려도 괜찮을 수 있어. 하지만 너무 심해서 사회생활 하는 데 반드시 문제가 있을 것 같아.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야 돼. 내가 많이 바라는 것도 아니고 오빠를 위해 기본적인 것만 몇 개 설명하니 꼭 공부해야 돼요.” 이러면서 ‘않 / 안’ ‘어떻게 / 어떡해’ ‘돼 / 되’ 등을 구분하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러곤 “달라진 오빠의 모습을 기대할게. 사랑해♡”로 끝을 맺는다. 참으로 기특한 여자친구다. 이 여자친구의 괴자번호를 알면 내가 점심값이라도 보내고 싶다. ‘괴자번호’도 웃기는 맞춤법에 들어 있는 단어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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