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15-08-25
‘The Bubble Boy’ 폴 필, 1884년.
하지만 우리가 새로운 일에 제대로 시동을 걸지 못한 이유는 어쩌면 마음의 임계점을 넘기지 못했던 탓은 아닐까요. 물이 끓기 위해서는 꼭 100도가 되어야 하고 풍선이 부풀어 오르기 위해선 커다란 첫 숨이 필요합니다. 훅, 하고 크게 숨을 불어넣지 않으면 풍선은 부풀어 오르지 않고 오히려 저 멀리 날아가 버리기만 합니다. 크게 숨을 불어넣었다고 해도 입구를 느슨하게 물고 있으면 공기가 들어가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기껏 만든 큰 숨이 입구 주변으로 흘러나가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림 속 아이는 아마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비눗방울을 만들기 위해 귀가 빨개질 정도로 힘을 주고 있습니다. 눈을 질끈 감고 볼을 부풀리고 있는 모습이 어딘지 사뭇 비장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모든 시작은 이렇듯 이만한 큰 숨이 필요한 것 아닐까요?
항상 일을 실패해서 “나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어. 하는 일들마다 실패야. 난 재수가 없는 사람이야” 이렇게 말하는 L 군이 생각납니다. 왜곡된 인지를 갖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가 더 어렵게 되는 것이지요. 일이란 실패를 하면서도 계속 시도하고 경험하면서 터득하게 되는데, 이런 과정을 겪기도 전에 두려운 것입니다.
‘인생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 균형을 잡으려면 움직여야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한 말입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은 우리가 건강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추가 선택지가 아니라 필수 요소인지도 모릅니다.
이제 새로운 풍선을 불기 위해 가슴을 부풀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림 속 아이처럼 야무지게 다문 입술로 결심이라는 빨대를 물고, 큰 숨을 불어넣어 보세요. 그렇게 한번 비눗방울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면 이를 더 크게 만드는 방법은 이제 간단합니다. 그저 숨을 놓지 않고 있기만 하면 되니까요.
김선현 차의과학대 미술치료대학원 교수
'文學,藝術 > 아트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선현의 힐링 미술관]화해 (0) | 2015.10.10 |
---|---|
[김선현의 힐링 미술관]즐거운 교실 (0) | 2015.10.09 |
[유경희의 아트살롱]부활절, 다시 산다는 것 (0) | 2015.10.07 |
[유경희의 아트살롱]르누아르, 여체 탐닉은 무죄? (0) | 2015.10.06 |
[김영나의 서양미술산책] [59] 레오나르도 후지타 (0) | 2015.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