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5-10-30
그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95년 ‘5대 강 수계 연결 방안’을 마련한 적이 있다고 했다. 4대 강에 섬진강까지 연결해 비상시 다른 권역으로 물을 보낼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만일 지금 이런 사업을 하자고 한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상했던 ‘한반도 대운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MB가 퇴임한 지 2년 반이 넘었지만 4대 강은 여전히 수자원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 이슈다. 그나마 4대 강 사업으로 건설된 백제보(하류)와 보령댐을 연결하는 공사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논의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 사업을 정부에 요청한 사람은 야당 출신인 안희정 충남지사다. 한 수자원 전문가는 “안 지사가 ‘4대 강에 반대해 놓고 이제 와서 물 달라고 한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도민을 위해선 정말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평가했다.
4대 강 정쟁이 충청의 재앙이 됐다는 본지 보도(10월 28일자 1, 4, 5면)가 나간 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안희정 지사가 충남 예산의 예당저수지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정치 공방에서 벗어나 여야가 함께 가뭄에 대처하기로 했다.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두 사람 만남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번 가뭄으로 백제보~보령댐 연결수로의 필요성이 부각되자 일부에선 “금강물은 공업용수로도 못 쓰는 4급수다. ‘녹조라테(녹조가 낀 더러운 물)’를 어떻게 식수로 쓰느냐”며 수질 문제를 거론한다. 보령댐물은 1급수, 금강물은 환경부 기준으로 2급수다. 금강물을 보령댐으로 바로 넣지 않고 자연 정화와 정수한 뒤에 보내겠다는 것이 국토교통부와 충남도의 계획이다.
윤춘경 건국대 환경시스템학부 교수는 “이런 가뭄 상황에선 1급수가 없으면 2급수라도 깨끗이 처리해 써야 한다”며 “그렇게 할 수 있는 충분한 기술이 있는데도 사회가 성숙하지 못하다 보니 이런 논란이 계속 제기된다”고 아쉬워했다. 이젠 과도한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가뭄 대책을 마련할 때다.
김원배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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