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産業·生産·資原

[한국 신성장 동력 10 ]<4>기술은 미래부, 기기는 산업부서 담당 … 바이오 컨트롤타워 만들자

바람아님 2016. 2. 5. 23:32

기술은 미래부, 기기는 산업부서 담당 … 바이오 컨트롤타워 만들자

[중앙일보] 입력 2016.01.15 02:29

한국 신성장 동력 10 <4> 바이오
10년간 개발한 기술 허가에만 1년
일본 의료연구개발기구로 중복 해결
중국 바이오 굴기 전 시장 선점해야

국내 바이오 산업은 담당 부서가 복잡하게 나뉘어 있다. 의료기술 개발과 뇌과학원천기술 사업은 미래창조과학부, 생물화학과 바이오의료기기는 산업통상자원부, 질병관리연구는 보건복지부, 생명산업기술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 생물자원 발굴과 연구는 환경부가 맡는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신약후보물질 같은 기초 연구 결과에 대해 공유가 안 돼 중복 투자와 비효율의 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고 털어놨다.

 일본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의료연구개발기구(AMED)를 발족했다. 이 기구가 문부성·후생노동성·경제산업성 3개 부처의 바이오 관련 예산 집행을 총괄하면서 중복 투자 문제를 해결했다.

외국은 투자 효율성 제고에 정부가 나서는데 우리나라는 견고한 부처 칸막이 사이에서, 국내 제약사들끼리 각자도생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 대통령 보고에서 ‘바이오 총괄 독립기구’ 건립의 필요성을 건의했지만 진척되지 않았다.

 바이오 산업에서 기술 도약이 시급한 이유는 ‘승자 독식’ 시장이기 때문이다. 신약의 경우 특허 기간 20년 동안 글로벌 시장에 독점 판매할 수 있다. 이 기간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린다. 미국의 화이자는 10여 년간 1조원 이상을 들여 리피도라는 고지혈증 치료제를 개발했다. 개발 성공 이후 20년간 150조원을 벌어들였다.

 성장 동력이 떨어진 우리나라가 바이오에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이오는 대규모 투자와 함께 연구 과정에 사회 전반의 지식 수준이 반영되기 때문에 후발 주자들이 쫓아오기 쉽지 않다. 생명을 다루는 분야라 제약·제조 과정의 투명성, 임상시험의 신뢰성 등 사회 전체 수준이 높아져야 글로벌 리딩 컴퍼니가 탄생할 수 있다. 사회 전체 수준이 마켓에 장벽이 되는 것이다.

 연세대 생화학과 권영근 교수는 “바이오는 생물학·화학부터 임상학까지 과학기술의 모든 분야가 집결되는 분야”라며 “카피의 달인인 중국이 기계·전자·조선 같은 제조업을 금세 쫓아와도 바이오만큼은 쉽게 쫓아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 정부가 나서서 바이오 굴기(?起)에 뛰어들기 전에 멀찌감치 떨어뜨려 놔야 우리 먹거리가 보장된다”고 말했다.

 세계적 제약사가 국내에서 나오게 하려면 규제 정비도 필수다. 10여 년에 걸쳐 임상시험을 마무리하고 나면 정부에서 허가받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린다. 정부에서 안전성과 유효성 검토에 180일, 심의에 90일을 소요하고 평가와 심의 방식도 중복된다.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할 경우 피실험자에게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연구비가 늘어나는 문제도 있다. 지난해 11월 규제개혁 장관회의에 오른 사안들이지만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약값 정책도 산업경쟁력 차원에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거액을 들여 개발한 바이오 신약의 국내 단가를 낮추면 세계 시장에서는 그 가격 이상 받기 어려워진다. 큰돈을 벌 기회를 내부에서 제한하는 셈이다. 국내 제약시장은 세계 시장의 2%에 불과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적절한 보상이 따라야 R&D 투자가 활성화돼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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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이오 투자 ‘10대 제약’ 합쳐도 노바티스의 6%

[중앙일보] 입력 2016.01.15 03:00

한국 신성장 동력 10 <4> 바이오
인류 3분의 1 환자시대 와
영업이익률 20% 황금시장
한국 기술력 세계 4위지만
기업 규모 작아 큰 투자 힘들어

지난 8일 경기도 화성의 한미약품연구센터. 엘리베이터를 타자 버튼 옆에 ‘연구기간 10년, 유출되는 데 1초’란 보안 수칙 안내판이 걸렸다.

 권세창 연구소장(부사장)은 “바이오 신물질 연구의 지난(至難)함이 함축된 문구”라고 설명했다. 4층 바이오연구실엔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대형 모니터를 보면서 데이터 분석에 열중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제약회사 사노피와 5조원짜리 수출 계약을 맺은 당뇨병 치료제도, 미국 얀센에 1조원에 판 당뇨·비만 치료제 ‘HM12525A’가 이곳에서 탄생했다.

 권 소장은 “10년간 연구개발비로 9000억원을 쏟아부은 결실이 보상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신약 개발 전쟁이다. 미국·스위스·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인도 등 신흥국도 바이오 산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다. 바이오 산업의 영업이익률이 20%에 달한다. 바이오가 노다지에 비유되는 까닭이다.

글로벌 제약 1위 업체인 스위스 노바티스는 지난해 11조1470억원(바이오+합성)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부었다. 같은 기간 국내 10대 제약업체의 투자액은 모두 합해 6720억원(바이오+합성)으로 노바티스 한 곳의 6%에 불과했다. 노바티스의 시가총액은 250조원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합친 것보다 많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고령화 사회 덕분에 바이오 황금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서다.

영국의 시장분석 전문기관 데이터모니터에 따르면 2024년 세계 바이오 시장은 2조61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같은 해 우리나라 3대 수출품인 반도체·자동차·화학제품의 세계 시장 규모(2조5900억 달러)보다 많다.

 권영근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는 “40대와 65세 이상의 의료비 지출은 4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고령화로 인류의 3분의 1이 환자인 시대가 오고 있다”며 “국민 건강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바이오 시장을 놓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다. 투자 규모에 비해 기술 수준이 높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최근 발간한 기술 수준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바이오 기술은 세계 1위 미국의 77% 수준이다. 미국·유럽연합(EU)·일본에 이은 세계 4위다. 다만 바이오 기업의 60%가 벤처기업일 정도로 기업 규모가 작아 대규모 투자가 힘들다.

 글로벌 바이오 전쟁의 와중에 한국엔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도 우리의 약점이다. 같은 신약 물질도 연구·임상·제품화 단계별로 소관 부처가 바뀐다. 일관된 지원을 하는 미국·일본 등과 다른 점이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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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평생 걸릴 병 검사, 100만원이면 가능…BT 빅뱅 시대 열린다 

[중앙일보] 입력 2016.01.15 02:27

한국 신성장 동력 10 <4> 바이오
지놈 분석 바이오시장, 애프터마켓서 비포마켓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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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한미약품 연구센터에서 한 연구원이 현미경으로 세포 생물을 분석하고 있다. [사진 박종근 기자]


지난해 12월 6일(현지시간) 91세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말기암에서 완전히 회복했다고 밝혔다. 불과 석 달 전 투병 사실을 공개할 때만 해도 그는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이 간과 뇌로 전이됐다. 이제 신의 손에 달려 있다”고 힘없이 말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90대 암 환자를 건강한 몸으로 돌려놓은 건 신(神)의 손이 아니라 미국의 한 제약전문회사가 개발한 항암제 덕분이었다. 이 항암제는 종양세포의 특정 단백질에 반응하는 수용체를 억제해 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킨 바이오 신약이었다.

▶관련기사   카터 대통령“다 나았어요”암 완치한 신약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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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터에게 일어난 기적 같은 회복이 흔히 일어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암 세포만 골라 죽이는 킬러 약물, 위(胃)에 살면서 소화를 돕는 미생물, 내 몸의 줄기세포에서 뽑아 만든 맞춤형 항암백신, 도장 찍듯 얇게 피부에 붙이면 전신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바이오 스탬프 등 셀 수 없이 많은 신약과 기기들이 전 세계 바이오 연구소에서 진화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 업체의 기술력은 분야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줄기세포 및 유전자변형(GMO) 기술이 미국의 80%로 높은 편이다. 생명시스템 분석 기술 69%, 유전체 정보를 이용한 질병 원인 규명 기술은 71.3%로 다소 처진다.

더 큰 문제는 기술 수준에 비해 산업 규모가 작다는 것이다. 국내 바이오 기업수는 2014년 현재 975개인데 이 중 60%가 벤처기업이다. 국내 바이오 산업의 생산 규모도 2014년 기준 7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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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오 산업은 의약품·식품·헬스케어·환경 등 분야가 많다. 이 중 의약품과 식품 비중이 60%에 달한다. 업계는 제약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본다. 세계 제약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7810억 달러다.

이 중 바이오 의약품은 1790억 달러(23%)를 차지했다. 바이오 분야만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825억 달러)의 2.2배 규모에 달한다. 특히 바이오 분야의 성장 속도는 합성 신약보다 빨라 2020년엔 바이오 의약품 시장만 278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장성 본부장은 “바이오 의약품은 화학물질 합성 의약품에 비해 약효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지만 분자구조가 복잡해 만들어내기 어려운 고부가가치 상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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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제약 분야 중 바이오시밀러(복제품) 시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셀트리온은 2013년 국내 업체론 유일하게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 세포치료제 ‘램시마’의 시판허가를 받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류머티즘 치료제 ‘엔브렐’의 시판허가를 유럽의약청(EMA)에 신청한 상태다. 삼성은 송도에 건설 중인 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설비가 완료되는 2018년 바이오시밀러 세계 1위로 올라선다.

삼성은 바이오시밀러와 함께 바이오 신약 개발에 본격 뛰어들 계획이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바이오 사업을 직접 챙기면서 사업도 탄력을 얻고 있다. 이 밖에 LG생명과학·슈넬생명과학·대웅제약·동아쏘시오홀딩스 등도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바이오 시장은 수요가 줄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인류가 가진 질병은 밝혀진 것만 5000종가량 된다. 이 중 치료약이 개발된 건 500여 종에 불과하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현재 시장성이 높은 약 위주로 치료약이 개발돼 있지만 이들 약도 특허기간이 만료되면 성능을 높인 바이오시밀러로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유전자 치료제만 27개 품목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라며 “당뇨병성 신경병증, 허혈성 지체질환,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등이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시장만큼이나 폭발적 성장이 주목되는 분야는 개인 맞춤 치료다. 맞춤 치료는 환자 개인의 유전자염기서열(Genome) 분석 정보를 바탕으로 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불과 5~6년 전만 해도 3억원이나 들었던 인간 지놈 분석 비용이 100만원대로 내려왔다.

분석 시간도 하루면 충분하다. 개인이 자신의 유전자 정보를 큰돈을 안 들이고 가질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유전자 정보를 활용하면 내 몸이 미래에 암·당뇨병·비만·고혈압 등 어떤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큰지 사전에 알 수 있다.

바이오 의약품이 질병에 걸린 이를 치료하는 ‘애프터 마켓(After Market)’을 겨냥한다면 지놈 분석은 건강한 청장년을 대상으로 하는 ‘비포 마켓(Before Market)’을 공략한다. 사실상 전 인류가 바이오 기술의 수요자가 된다.

 염영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부원장은 “1990년대 후반 컴퓨터 가격이 100만원대로 내려오면서 정보기술(IT) 분야에 빅뱅이 일어난 것처럼 지놈 분석 비용이 100만원대로 내려오면서 바이오기술(BT) 분야에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해야 하는 의료기기 시장도 발전 가능성이 크다. 수술용 로봇, 진단과 동시에 치료하는 소프트웨어, 인공신장 시스템, ICT 융·복합 의료기기,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 등이 모두 인간의 생명 특성 연구를 바탕으로 제품화된다.

의료기기는 개발 기간이 5~10년으로 바이오 의약품(10~15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게 걸리고 비용도 적게 든다. 김장성 본부장은 “의료기기 분야는 IT가 발전한 우리나라 기업들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기에 상대적으로 용이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글=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생명공학(Biotechnology)=생물학(Bio)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 인간이나 동식물 같은 생명체의 고유 기능, 생명 현상을 다루고 이를 통해 생명체의 기능을 높이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기술.
◆바이오 산업(Bio Industry)=생명공학을 바탕으로 인체에 유용한 물질을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