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성장 동력 10 <3> 자율주행차
정부, 차와 도로 인프라 간 통신기술 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이 차는 지붕 위의 레이저로 빛을 쏴 물체를 감지해가며 주행한다. 위험 시 긴급 제동과 선행차와의 간격 조절 같은 기능은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문 대표는 국민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2008년 ‘실험실 벤처’로 독립해 시험용 자율주행차까지 만드는 수준에 도달했다. 올봄엔 제주도의 국제공항~중문 간 40㎞ 안팎을 자율주행하는 행사를 통해 기술력을 선보인다.
일주일 뒤 경기도 화성시의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투싼을 토대로 개발해 성능시험 중인 자율주행차에 취재진이 직접 올라탔다. 운전대에 손을 올리지 않아도 시속 40㎞로 가뿐하게 달렸다. 굽은 도로에선 시속 20㎞ 정도로 알아서 속도를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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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갈 길이 멀다. 아직까진 2.5㎞가량의 연구소 도로에서만 주행이 가능하다. 이 구간만 ‘정밀 지도’로 만들어 차에 입력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학습된 주행’인 셈이다. 연구소 측은 “내비게이션·위치기반서비스 전문 계열사인 현대엠엔소프트가 보다 광범위한 지도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숱한 돌발 변수가 일어날 수 있는 실제 도로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달리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내놓는 ‘4단계’에 선착하는 게 관건이다. 물론 구글·바이두·벤츠 등도 여기까지 도달하진 못했다. 하지만 정부 허가를 등에 업은 풍부한 시험주행 자료와 자금력·인력을 앞세워 갈수록 차이를 벌리고 있다.
한국이 주도권을 쥐려면 무엇보다 정부가 과감하게 ‘주행시험’ 규제를 더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누가 더 많은 주행 데이터를 빨리 확보하느냐에 따라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 요구가 빗발치자 국토교통부는 다음달 경부고속도로 수도권 일부 구간(41㎞)과 수원·화성·용인 등 5개 국도(320㎞)에서 자율주행 시험을 허용키로 했다. 하지만 서승우 서울대 교수는 “구글처럼 ‘시내’에서 주행할 방법이 없어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정부에 대한 주문은 더 있다. 김범준 LG경제연구원 전자통신 책임연구원은 “자율주행차가 성공하려면 차량 간 통신, 차와 도로 인프라 간 통신기술을 함께 개발해야 한다”며 “이 부분은 자동차 회사가 구축하기 힘든 만큼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물과 기름 같은 ‘기계+소프트웨어’의 융합 촉진과 인력 양성도 필수다.
최정단 전자통신연구원(ETRI) 자동차인프라협력 연구실장은 “독일 BMW와 중국 바이두가 손잡은 것처럼 현대·기아차와 대학연구소·벤처·통신업체 등이 협력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글은 카네기멜런대·스탠퍼드대 인력들이 합류하면서 자율주행차 개발의 시동을 걸었다. 닛산도 MIT·옥스퍼드·도쿄대 등의 연구진과 손잡았다.
문희창 언맨드 솔루션 대표는 “강소기업들이 좋은 기술을 보유해도 독자적인 ‘자율주행 상용차’ 제작은 쉽지 않다”며 “서로의 입장 차이가 커 외국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기술 협력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임지수 기자, 강해령 인턴기자 yim.jisoo@joongang.co.kr
영상 최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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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 모신 닛산…벌써 180만㎞ 달린 구글, 중국 주행 도시만 3곳
[중앙일보] 입력 2016.01.13 03:03한국 신성장 동력 10 <3> 자율주행차
벤츠·BMW·아우디는 지도 회사 ‘히어’ 공동 인수 ‘적과의 동침’
일본 도쿄 인근의 아쓰기(厚木)엔 닛산 자동차의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 센터’가 있다. 2007년에 만들어졌다. 총 1400명의 연구진이 ‘미래 선행 기술’을 연구한다.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지능형 차량의 비밀 기술도 여기에서 개발한다.
얼마 전 한국 닛산의 기쿠치 다케히코(菊池毅彦·48) 대표와 이곳을 찾은 윤대성 수입자동차협회 전무는 깜짝 놀랐다. 자율주행차 연구진 중에 인류학자까지 끼어 있었기 때문이다.
윤 전무는 “완벽한 자율주행차를 위해선 인간의 행태·사고·반응 등을 연구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인류학자를 포함했다고 하더라. 선진국의 융합 노력이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짝퉁차’를 만드는 후발 주자로만 생각했던 중국도 기세등등하다. 검색업체 바이두(百度)는 최근 베이징 시험 주행에서 속도조절·추월·유턴 등을 고루 선보여 화제였다.
완성차 업체도 자율주행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조기수 실장은 “베이징자동차그룹(BAIC·北京汽車)은 오는 4월 열리는 베이징 모터쇼에서 고객을 상대로 자율주행차 시험 주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BAIC는 모터쇼 행사장 외부에 2만㎡ 규모의 자율주행차 시험장을 건설하고 있다. 특히 땅 넓고 다양한 도시가 있으며 지방 정부가 적극적인 점이 중국의 강점이다. 자율주행차의 성공 관건인 ‘주행시험·빅데이터’ 축적에서 그만큼 속도를 낼 수 있어서다. BAIC의 경우 현재 10개 넘는 도시와 협력을 논의 중이며, 올해 최소 3개 도시에서 주행시험에 나선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도 긴장감 속에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6~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 전시회 ‘CES 2016’은 이들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 기술의 각축장이었다.
현재 벤츠는 ‘Car-to-X’ 커뮤니케이션이란 기술을 통해 차량 부근에 없는 사물까지 포착하는 차를 개발 중이다.
BMW는 유럽의 복잡한 국경·톨게이트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자율주행차를 조속히 내놓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안전기술에서 선두를 달려온 볼보는 내년까지 일반 도로에서 ‘자율주행차 100대’를 달리게 하는 프로젝트에 나섰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상식을 깨는 ‘합종연횡’까지 일어난다. 경쟁 관계인 벤츠·BMW·아우디가 지난해 12월 초 노키아 계열사인 지도 서비스 회사 ‘히어(Here)’를 공동으로 인수했다. 3조3000억원이란 거금을 투입했다. 막강한 ‘구글맵’을 겨냥한 대항마였다. 정밀 지도와 이를 통한 주행시험 자료(빅데이터)를 얻기 위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한 것이다.
11일 방한한 하랄드 크루거 BMW 회장은 “히어를 개방형 플랫폼으로 만들어 더 많은 파트너가 참여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는 내로라하는 완성차 업체에도 쉽진 않은 싸움이다. 닛산·BAIC·벤츠 등이 두려워하는 것은 IT 업체들이다.
크루거 회장은 구글·애플·우버 같은 회사들의 자율주행차 개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한다. 어떤 업체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승우 서울대 교수도 “구글 본사가 있는 미국 마운틴뷰 주변에선 하루에도 수십 대의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다니며 자료를 수집하고 실험한다. 점점 벌어지는 우리와의 격차를 어떻게 따라잡을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구글은 이미 지난 5년간 180만㎞ 시험 주행을 마쳤다.
임태원 현대차 중앙연구소장은 “현대차도 이런저런 자율주행 기술을 ‘통합’하는 역량은 세계 선두급이지만 인공지능·센서 같은 ‘핵심 기술’은 미국·유럽에 비해 열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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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자율주행 ‘스누버’…구글카에는 없는 기술
한국 신성장 동력 10 <3> 자율주행차
눈 오는 길 시속 30㎞ 달려
마주 오는 차 알아서 피해
2035년 1180만대 세계 시장
센서·인공지능 국산화 위해
IT·자동차 융합인력 키워야
지난해 12월 3일 서울 관악구의 서울대 캠퍼스를 둘러싼 순환도로. 지붕에 레이저 장비를 탑재한 제네시스 차량이 등장했다.
내리는 눈 때문에 나무·도로·건물 등은 하얀색으로 뒤덮였다. 그러나 ‘스누버(SNUber)’란 이름의 이 자율주행차는 시속 30㎞로 달리며 알아서 마주 오는 버스·승용차를 피하고, 보행자를 분간하며 도로를 헤쳐 나갔다.
개발자인 서승우(52) 서울대 지능형자동차 IT연구센터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12일 “주변 사물을 분간하기 힘든 눈길에서 자율주행 시험에 성공한 건 스누버가 세계 최초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당시 찍은 주행 영상도 중앙일보에 공개했다.
서 교수는 “그동안 자동차산업 패권이 ‘기계’에서 나왔다면 이젠 ‘인공지능·빅데이터’가 이를 대체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HS는 본격적인 자율주행차가 2020년께 등장해 2035년엔 1180만 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했다. 새로 팔리는 차량 10대 중 한 대다. 변화의 선구자들은 완성차 쪽이 아닌 정보기술(IT)에 포진해 있다.
구글은 이미 지난 5년간 다양한 도로에서 180만㎞가량의 시험 주행을 마쳤다. 이를 통해 축적한 정보는 자율차 경쟁력을 좌우하는 ‘빅데이터’가 됐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학습 능력을 키울 수 있고, 돌발변수에 그만큼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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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검색업체 바이두(百度)조차 지난해 12월 BMW를 개조한 자율주행차로 베이징 시내를 30㎞ 달려 파란을 일으켰다. 구글·도요타 등은 완성차 출시 시계를 ‘2020년’에 맞췄다.
반면 그 시점을 2030년께로 보는 한국 자동차산업은 급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2조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할 전략이다.
하지만 걸림돌은 한둘이 아니다. 임태원 현대차 중앙연구소장은 “인공지능·빅데이터·센서 같은 ‘기반 기술’의 국산화를 위해 연구개발 전문 인력을 키우고 지원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정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자동차인프라협력 연구실장은 “자율주행차용 인공지능이 중요한데 IT와 자동차산업을 잇는 인력이 부족하다”며 융합형 인력 양성을 주문했다.
글=김준술·임지수 기자 jsool@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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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합니다, 속도 줄입니다”…감지·명령SW가 성패 가른다
한국 신성장 동력 10 <3> 자율주행차
맥킨지 서울사무소 최승혁 부파트너
맥킨지는 2030년께면 ‘완전 자율주행차’가 새로 출시되는 차량의 15%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최근 맥킨지가 각국 소비자 5500명가량을 설문 조사한 결과 ‘절반’ 넘는 이들이 “보안 문제만 해결되면 자율주행차를 구매·활용하겠다”고 답했다. 차가 스스로 달리는 동안 자거나 책을 읽는 등 자기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향후 자율주행 기술의 성패는 위험 물체를 인식하고 대응하는 기술을 누가 더 정교하고 값싸게 제공할지에 달렸다. 정보기술(IT) 업체와 완성차 기업, 반도체 업체 등이 센서와 명령처리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집중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뿐이 아니다. 자율주행차 진화와 함께 스마트폰처럼 운전자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차량 전반을 제어하는 기술도 중요해질 것이다. 음성과 동작으로 차에 명령하는 분야도 빠르게 확산할 전망이다.
국내 산업계는 이런 기술을 키우면서 특히 최대 시장인 중국의 움직임에도 주목해야 한다. 중국의 IT 기업들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협업,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 소비자들의 신기술 수요를 등에 업고 ‘기술 선도자’로 나서려 한다.
중국이 매우 빠르게 자율차 기술을 받아들이고 있어 지리적으로 가깝고 시장 잠재력이 큰 중국을 어떻게 공략할지 구체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핵심 분야인 소프트웨어 역시 시급한 보강이 필요하다. 다양한 기술을 축적한 국내 모바일 업체들을 활용해야 한다. 특히 완성차 업체들이 인수합병(M&A)을 포함해 다양한 업체들과의 협력에 나서야 한다.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차량 공유’(카 셰어링·Car sharing)와 ‘무인 택시’ 분야다. 자율주행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원하는 목적지로 차를 부를 수 있고 보낼 수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의 개념이 ‘소유’에서 ‘공유·활용’으로 근본적 변화를 겪을 것이다.
미국·독일에선 이미 카 셰어링 가입자가 매년 30% 넘게 급증하고 있다. 국내 산업계도 조만간 이처럼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가 급격히 성장한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맥킨지 서울사무소 최승혁 부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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