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믿음] 성공적인 실패

[중앙일보] 입력 2016.03.12 19:45

아폴로 13호의 무사 귀환은 20세기의 가장 ‘성공적인 실패’ 중의 하나로 꼽힌다. 우주선이 달을 향하여 가던 중에 산소탱크가 폭발하면서 달까지 가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뿐만이 아니라 지구로 귀환할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지상에 있는 관제센터의 기술자들과 모든 관계자들이 초인적인 노력을 기울여 이 세 명의 우주 비행사를 무사히 지구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데 성공했다. 달까지 가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보다 더 큰 재난을 막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성공적인 실패라고 부르는 것이다.

2차대전 당시 영국군의 던커크 철수작전도 성공적인 실패라고 불린다. 독일군의 전격전에 의해 프랑스에 파견된 20만 명이 넘는 영국군은 포위상태에 빠지게 되고 독일군에 의해 괴멸되든가 포로로 잡히든가 둘 중에 하나의 운명에 처했다. 그때 영국은 동원할 수 있는 배란 배는 다 동원해서 프랑스 던커크 해안에 모여있던 영국군을 무사히 철수시키는데 성공했다. 거의 기적적인 일이었다. 만일 히틀러가 공군력을 대대적으로 동원시켰다든가 독일군을 서둘러 진격시켰다면 영국군은 전멸당했을 것이다. 비록 독일과의 전투에서는 패배했지만 더 큰 재앙을 피하고 생명을 보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영국의 사기는 올라갔고 결국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우리가 살다 보면 뜻대로 안 되는 일들이 많다. 결과만을 놓고 보면 실패처럼 보이는 일들이 많다. 사람이 낙심하거나 자포자기하게 되면 한 가지 실패는 더 크고 심각한 실패를 낳을 수 있다. 예컨대 대학 입시에 실패를 했다고 했을 때, 오로지 입시에 실패를 한 것이지 인생에 실패를 한 것도 아니고, 공부 자체에 실패를 한 것도 아니다. 자신이 무엇이 부족했는지, 무엇을 보충해야 할지를 깨닫고 현명한 대책을 세울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요, 그야말로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필자도 나이 26세였을 때 취업에 연속 실패한 것이 계기가 되어 나의 갈 길이 목회자의 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인생의 큰 변화를 맞게 되었다.

반대로 실패적인 성공의 경우도 있다. 섣부른 성공의 경험이 사람을 교만하게 한다거나 마음에 바람을 불어넣어서 엉뚱한 길로 가도록 한다면 그건 성공하지 아니함만 못한 것이다. 내가 아는 어떤 한 분은 고등학생 때 학생회장에 출마해서 당선된 경험이 그 마음에 헛된 바람을 불어넣어서 일평생 공명심을 추구하는 삶을 살았고 나이가 들어서야 그것이 얼마나 헛된 것이었는지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내 소원을 하나님이 들어주셔야만 기도가 응답되는 것이 아니다. 내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그보다 더 큰 위험에 빠지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도 하나님의 은혜인 것이다. 아폴로 13호가 달에 가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달에 가고자 하는 것은 사람의 뜻일 뿐이고, 하나님의 관심사는 사람을 보존하고 실패를 통해서도 하나님의 도우심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달에는 다음 기회에 가도 되는 것이다.

김영준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