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6.03.11. 10:15
방송국에 갔더니 PD가 대뜸 이런다. “개명했다면서요?” 나조차 의식 못 하고 있던 일이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곁에서 작가가 거든다. “기사에서 봤어요” 도대체 그게 기사거리가 되는 일인가 싶어 기억을 더듬었다. 이 꼭지에 예전에 썼던 적 있었던 것 같다. 정말 그걸 보고 하는 얘기라면 내가 머쓱해질 일. “아니 그런 걸 누가 기사에 썼대요?” 모른 척하며 따져봤다. 작가가 말했다. “암튼 기사에서 봤어요” 그러곤 피차 입 다물었다.
방송이 끝나고 또 PD가 물었다. “이름 바꾸니 어때요?” 왜들 관심이 많나 싶었다. 담배 한 대씩 물고 사주와 생년월일시에 대한 얘기를 남 일인 양 수다 떨었다. PD가 말했다. “바꾼 이름으로 불러주는 사람 많아요?” 나조차 헷갈리는 걸 누가 성심성의껏 불러 주겠냐만은 그래도 많이 불러주면 좋겠다 싶어 “꽤 돼요”라고 했다. “그럼 나도 그 이름으로 부를게요” PD가 말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라며 얼결에 고개를 조아렸다. 진심이었다. 개명 이후 가족 말곤 새 이름으로 불러주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시인들 중에는 그 좋은 이름을 뭣 하러 바꾸냐는 사람이 더 많았다. 바를 정(正)자 하나 달랑 있는 그게 사람 이름이냐 라고 해도 진짜 시인 이름이지 않느냐고들 하더라. 그 말 듣곤 시인하기 싫을 때 많았다. 부인하고 새 이름으로 살고 싶었다. 안녕하세요, 강기림입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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