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내내 유일하게 따뜻한 방 한 칸에 틀어박혀 지냈다. 부엌이나 거실을 청소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겨울이 막바지에 이르러 더 이상 청소를 미룰 수 없던 날, 드디어 걸레를 손에 들었다.
엎드려서 걸레질을 하기 시작하자 무릎부터 냉기가 올라왔다. 조금 지나니까 다리 전체에 감각이 사라졌다. 손목도 아프고 어깨도 뻐근했다. 꾹 참았다. 이제 막 부엌 바닥을 닦고 거실로 접어드는 참이었다. 나를 격려했다. 조금만 더 닦으면 끝난다, 끝을 봐야지, 무엇인가를 이루어야지. 힘들어도 추워도 참고, 열심히 걸레질을 했다. 그러고 있노라니, 억울한 느낌이 솔솔 밀려왔다. 누군가가 예전에 이러저러한 말을 했던 건 나를 우습게 봤기 때문이라는 터무니없는 원망부터 시작해서 청소 같은 건 스스로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에게, 기름값 같은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방안에서 예능 프로를 보면서 하하하 웃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참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에게 마구 화가 났다. 마음이 점점 흙탕물이 되어갔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칭찬받아야 마땅한 대단한 일을 하고 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집 청소를 하는 중이었다. 세상 사람 모두를 원망하고 미워하면서 굳이 하기 싫은 일을 열심히, 잘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느니 차라리 걸레를 던져버리고 청소를 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이따금 까닭 없이 사람들이 미워질 때면 스스로 묻곤 한다. 내가 너무 오랫동안 차가운 바닥을 닦고 있는 중인가.
부희령(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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