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황종택의新온고지신] 군자유삼변(君子有三變)

바람아님 2016. 3. 16. 23:58
세계일보 2016.03.16. 21:22

“군자는 세 가지 다른 모습이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근엄하고, 가까이 보면 온화하며, 그 말을 들으면 바르고 엄숙하다.(子夏曰 君子 有三變 望之儼然 則之也溫 聽其言也厲)”

자하가 스승 공자를 비유해 한 말이다. ‘논어’에 소개돼 있는 큰스승, 세상의 어른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내용이다. 절제된 근엄함이 있지만, 정작 가까이 대하면 자상하고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며 구수한 말씨와 좋은 눈빛을 지닌 분! 그러면서 올곧은 삶에 배어 있는 지혜의 통찰이 주는 울림들….

우리 사회에 어른이 없다는 한탄이 들려온 지 오래다. 제법 존경 받는 사회 명사의 부고에는 으레 애도가 뒤따르게 마련이지만, 최근 몇 년 새 그 물결은 열기의 과잉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했다.

사회의 큰 어른이란 한낱 미디어 우상화의 소산이자 전근대적인 발상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 안 한 인물이 없어 장관 후보자 하나 지명하지 못하는 사회’가 어른이 없어도 좋은 민주적이고 현대적인 사회의 모습일 수는 없다. 각자가 사회의 작은 단위에서 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과 공공의 영역에서 롤 모델이 되어줄 큰 어른을 갈구하는 바는 양립 불가능한 게 아니다.


그럼 사회의 존경 받는 어른이 예사 사람과 달리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 ‘논어’는 이렇게 말한다. “군자는 크게 포용하는 덕을 생각하는데 소인배는 땅을 생각한다. 군자는 준법을 생각하는데 소인배는 은혜 받기만을 생각한다.(君子懷德 小人懷土 君子懷刑 小人懷禮)”


고령사회, 다문화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어른의 존재와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어른이 나서서 세대 간 갈등, 문화 간 충돌을 조정해야 한다. 진정으로 어른이 필요한 시대다. 세상에 빛을 주는 큰 어른의 부재는 참으로 뼈아프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君子有三變: ‘군자는 세 가지 다른 모습이 있다’는 뜻.

君 임금 군, 子 아들 자, 有 있을 유, 三 석 삼, 變 변할 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