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황종택의신온고지신] 위정유목(爲政猶沐)

바람아님 2016. 3. 14. 00:05
세계일보 2016.03.13. 21:17

“나라의 모든 백성이 훌륭하다고 말한 사람이 있다면 잘 살펴보시어 그러한 판단이 설 때 등용하십시오. 반대로 측근들이 어떤 사람을 등용시켜선 안 된다고 말할 때는 너무 곧이듣지 마십시오.(國人皆曰 賢然後察之 見賢焉然後用之 左右皆曰 不可勿聽)”

중국 전국시대 인재를 골라 쓰는 데 골몰하는 제나라 선왕에게 맹자가 간언한 내용이다. 그럼 누구를 위한 인재여야 할까. 백성이다. 제 선왕에 대한 맹자의 간언을 더 들어보자. “나라 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백성이고 다음은 사직이며 임금은 이보다 가볍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

중요한 백성과 나라를 위해 다스리는 자는 늘 근면하고 고단해야 한다. 그럴 각오가 없다면 정치에 뜻을 두어선 안 된다. 정치권이 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내홍을 빚고 있다. 여당은 공천 물갈이 대상이라는 ‘살생부(殺生簿)’의 진위 등을 놓고 친박(친박근혜)과 비박 간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야권 또한 컷오프와 ‘연대’를 놓고 반발 등 후유증이 적잖다. 사실 사람은 저마다의 능력에 따라 용도가 다르다. 문제는 국정에 참여하는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데는 전문성과 도덕성, 미래비전 등을 고려해 공천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절차의 공정성과 합리성이 담보돼야 한다. 예컨대 권력자의 측근이라고 무조건 공천과 당선 기회를 주어선 안 된다. 능력과 도덕성 등이 미흡하면 마땅히 공천에서 배제되는 게 공익에 이롭다.

‘한비자’에 이르기를 “정치를 하는 것은 무릇 머리를 감는 것과 같아서 머리카락이 다소 빠지더라도 반드시 머리를 감아야 한다.(爲政猶沐 雖有棄髮 必爲之)”고 했다. 작은 손실이 있더라도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정치란 힘든 것이다. 정치인은 능력이 있어야 하고, 선하고 욕심이 없어야 한다.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爲政猶沐: ‘정치는 머리 감는 것과 같다’는 뜻

爲 할 위, 政 정사 정, 猶 그대로 유, 沐 머리감을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