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태평로] 파티는 끝났다

바람아님 2016. 3. 8. 08:55

(출처-조선닷컴 2016.03.08 김광일 논설위원)


김광일 논설위원 사진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정당은 끝났다(Party's over)'고 선언한 적이 있다. 
'파티는 끝났다'는 말을 패러디해서 정당정치의 쇠락을 꼬집었다. 그게 6년 전이다. 
현상은 심화됐다. 유럽 정당은 이제 유권자와 '끈'이 느슨하거나 끊어지고 있다. 
두 세대 전 영국에서 선거 개표를 하면 보수·노동 양당 투표자가 97%였다. 지금은 60%쯤이다. 
1950년대 당원은 400만명을 넘었다. 이젠 다 합해 45만명이 안 된다. 
조류보호협회 회원, 카라반 동호인보다 적다.

프랑스에서는 집권당도 야당도 지난 10년 당원이 절반이 됐다. 
작년 연말 독일 베를리너 차이퉁은 당원 수와 기부금이 급감했다고 전했다. 
각 당 당원이 한 해 1만~2만명씩 뭉텅이로 줄고 있다. 
기민당·사민당에서 떨어져 나온 유권자는 온라인이나 시민단체에 열을 올린다. 
유럽 13개 나라에서 1970~90년대 당원 수가 이미 40% 넘게 줄었다. 
정치·경제·사회를 통할하는 거대 정당은 매력을 잃었다. 언론은 '역겹다'는 표현도 쓴다. 
단일 이슈에 단일 그룹을 별도로 조직해서 요구를 관철하려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공화·민주 양당이 판세를 50:50으로 나눠 가졌다. 지금은 30:30:30이다. 
퓨 서베이는 기성 정당과 끈이 없는 독립 무당파 유권자를 37%쯤 친다. 
이번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처럼 당이 선두 주자를 끌어내리는 기현상마저 벌어진다.

한국 정당도 유효 기간을 살펴보게 된다. 
정당이 '국가의 룰'을 입법 제정하는 데 미욱할 뿐 아니라 '자신의 룰'을 만드는 데까지 무력하기 때문이다. 
이념이 아니라 공천 득실에 따라 갈라졌다 다시 모인 계파 규합 단체인 탓에 당헌·당규만 쓸데없이 복잡하거나 모호하다. 
총선이 닥치면 후보를 어떻게 뽑느냐를 놓고 몇 달씩 싸우면서도 부끄러움이 없다. 
심지어 그걸 정당정치라고 생각한다. 
선거 때마다 무슨 난리인지 모르겠다. 
선거구 획정에도 두 달 넘게 무법적·위헌적 상태를 방치해놓고도 사과하지 않았다. 
주어진 미션을 완수하기는커녕 제 앞가림도 못할 때 시스템 폐기를 떠올리게 된다.

한국 정당은 당이 당원을 믿지 않는다. 자당 당원을 '유령 당원'이라고 서슴없이 부른다. 
공천이 걸리면 이런 일쯤 눈 하나 깜짝 않고 실토한다. 
한때 여야 240만명씩 웃돌았다는 당원 수를 곧이듣는 정치학자는 없다. 
아버지·아들 대를 이어 충성한 당원보다 어느 날 갑자기 들어온 '외부 영입 인사'가 더 깃발을 날린다. 
당이 당원을 못 믿는 지경에 이르도록 방치했다면 당은 이제 설 자리가 없어야 맞다.

정당은 여론을 모아서 법을 제정하는 게 첫째 임무다. 정당은 그 여론 수집 기능도 상실했다. 
사이버 공간에 하루 댓글이 수십만 개씩 달린다. 카카오톡·트위터·페이스북이 훨씬 낫다. 
정당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이상적 상향 공천을 약속했지만 실제는 수뇌부 공작 정치를 해  왔다. 
프랑스 학자 모리스 뒤베르제는 현대 정당을 '수뇌부 정당(cadre party)'과 '대중 정당(mass party)'으로 나눴다. 
우리 정당은 겉으론 대중 정당을 하는 척 유권자를 속였다.

귀 밝은 사람은 정당정치 균열음을 듣고 있다. 물론 아직 죽지는 않았다. 
지금 그 중병(重病)을 고치지 않는다면 틈이 벌어진 곳에서 무너지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


[박두식 칼럼] 政黨은 어떻게 몰락하나


(출처-조선닷컴 2015.05.13 김광일 논설위원)

300년 넘게 정치 주물러 온 英 자유당 한순간에 무너져… 한국 야당도 불멸의 존재 아냐
국회선진화법 올라타고 앉아 계속 나라 후진시키면 몰락의 길 피하기 힘들 것

박두식 논설위원 사진새정치민주연합은 다시 반등(反騰)할 수 있을까. 

앞으로 어떤 선거에서든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두고, 언젠가는 다시 집권할 수 있을 것인가. 

보름여 전에 실시된 4곳의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이 전패(全敗)하는 것을 본 뒤로 

이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솔직히 지난달 4·29 재·보선 전까지만 해도 우여곡절을 거치더라도 새정치연합이 우리 정치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정당으로 재정립될 것이라고 믿었다. 이 정당이 꽤 오래전에 정상 궤도에서 일탈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은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현재의 야당은 지난 10년간 선거만 하면 졌고 

거기에 맞춰서 툭하면 당 지도부를 갈아치웠다. 

당 간판을 바꿔 달거나 장외(場外) 세력을 끌어들여 아예 새 당을 만든 일도 다반사였다. 

이 당(黨)이 한국 정당사에 남긴 기이하고 희한한 기록은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도 이념·세대·지역적으로 새누리당과 한국 정치를 양분하고 있는 구도의 특성상 언젠가는 

이 정당이 다시 정상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이제는 점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요즘 필자가 만난 몇몇 정치 전문가들이 그런 얘기를 먼저 꺼냈다. 그중에는 골수 야당 지지자도 있다. 

물론 각자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새정치연합 이후의 대안(代案)은 제각각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논의에서 새정치연합이 더 이상 중심에 놓여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새정치연합은 한국 정치에서 가장 오래된 정당이다. 10년의 집권 경험도 갖고 있다. 

지역적으로 호남, 이념적으로 좌파, 세대별로 20~30대의 지지를 받아왔다. 

이처럼 기반이 확실한 정당은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세계 정당사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대표적인 경우가 300년 넘게 영국 정치를 좌지우지해 온 자유당이라는 거대 정당의 몰락이다. 

서울대 강원택 교수가 펴낸 '정당은 어떻게 몰락하나?'라는 책이 바로 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자유당은 초창기 영국 의회에서 보수파 토리(Tory)에 맞서서 경쟁했던 휘그(Whig)의 적통(嫡統)을 이어받은 정당이다. 

영국의 전성기였던 빅토리아 여왕 시절인 19세기 후반 글래드스턴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 정권이 네 번이나 집권했다. 

자유당은 1906년과 1910년 총선에서도 연거푸 승리했다. 

영국의 1차 대전 승리를 이끈 전시(戰時) 내각도 자유당의 로이드 조지 총리가 주축이었다.

자유당은 1906년 총선에서 400석을 얻어 157석의 보수당과 30석을 얻는 데 그친 신생 노동당을 압도했다. 

그랬던 자유당이 1924년 총선에서 40석밖에 얻지 못하면서 제3당으로 밀려났다. 

반면 보수당은 419석, 노동당은 151석을 차지했다. 그 뒤로 자유당은 다시는 정치 무대의 주역으로 올라서지 못했다. 

얼마 전 끝난 영국 총선에서는 자유민주당이란 이름으로 650석 중 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집권당에서 불과 몇년 만에 군소 정당으로 추락한 자유당은 거대 정당 흥망사의 단골 소재다. 

세계 정당사를 보면 영국 자유당과 비슷한 사례는 의외로 많다.

강원택 교수는 자유당 몰락의 원인으로 '내부 분열'과 '시대 변화에 대한 부적응'을 꼽았다. 

내부 분열에 관한 한 새정치연합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목숨을 끊은 지 5년이 지났는데도 새정치연합에선 아직도 그의 이름에 친(親)하다, 

그렇지 않다[非]는 말을 붙인 친노·비노로 나뉘어 다투고 있다. 여기에다 틈만 나면 '호남 정당론'이 고개를 든다. 

100년 전 영국 자유당도 당보다 계파 이익을 더 중시했다고 한다. 

일부는 보수당과 손을 잡으면 잡았지 내부 계파에 손을 내밀지 않았다. 새정치연합은 과연 다르다고 할 수 있는가. 

당 지도부 회의에서까지 막말이 오가고, 

기회만 나면 집단 삿대질에 비방이 난무하는 새정치연합의 사정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시대 부적응은 멸종을 앞둔 모든 조직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영국 자유당은 참정권을 새로 얻고 조직화되기 시작한 노동자층의 등장을 간과했다. 

새정치연합은 어떤가. 

지난 10년간 국가의 미래가 걸린 주요 사안들에서 국민 다수가 공감할 만한 구상과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세상은 매순간 변하는데 새정치연합은 DJ(김대중)·노무현 말고는 내세울 게 없다. 

최근 공무원연금 개혁과 '느닷없는' 국민연금 개편안 주장을 보면 이런 의구심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은 지금 국회 난투극과 다수당 독주를 막기 위해 만든 국회선진화법에 올라타고 앉아서 

이 나라를 후진(後進)시키는 존재처럼 행동하고 있다.

'한때 아무리 위대한 정당이었다 해도 그 정당이 대중의 신뢰와 기대감을 잃게 되면 정치적인 몰락은 불가피하다.' 

영국 자유당 쇠망에 대한 강원택 교수의 결론이다. 

요즘의 야당에 꼭 들려주고 싶은 얘기다.


=====================================================================================

<서평>1906년 잘나가던 英 자유당… 1920년대 소수정당 된 이유

(출처-조선닷컴 2014.01.04 유석재 기자)


'정당은 어떻게 몰락하나?'


정당은 어떻게 몰락하나?

강원택 지음|오름

272쪽|1만5000원

"자유당은 이제 부(富)로 빛나는 땅에서 만연된 극빈(極貧)을 제거하기 위해… 
지주와 귀족에 대한 공격을 감행해야 한다."

1906년, 훗날 총리가 되는 영국 자유당(British Liberal Party)의 유력 정치인 로이드 조지는 
급진적 자유주의를 앞세웠다. 이제 산업혁명 이후 힘을 얻은 노동계급의 다수가 자유당을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오랜 시간 보수당과 함께 영국 정치의 양대 세력이었던 
자유당은, 1920년대 후반에 급속히 소수 정당으로 위축됐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인 저자는 부제가 '영국 자유당의 역사'인 이 책에서 
그 해답을 찾아 나선다. 자유당은 1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변화의 시기'에 등장한 
참정권 확대, 노동운동, 좌파의 도전 등 숱한 사회적 요구에 때맞춰 대응하지 못하고 
분열했다. 결국 스스로 퇴락의 길을 걸어갔다는 것이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한국의 거대 정당을 향한다.
 "그들은 민주화 이후 지역주의와 단순다수제 선거제도라는 강력한 제도적 방어막 위에서 
폐쇄적인 독과점 구조를 형성하며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들 역시 고통스러운 자기 혁신을 통해 변화와 요구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언제라도 그렇게 급속히 몰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