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집권당인 새누리당이 국민에게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다. 공천살생부 발언 파문, 친박(친박근혜) 핵심 의원의 당 대표를 거론한 막말 파문에 이어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의 잇따른 낙천으로 '학살 공천'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급기야 '배신의 정치' 심판 대상으로 찍힌 유승민 의원에 대해서는 후보등록 전날까지 공천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지연시키는 모습을 여당은 보여줬다. 게다가 공천에서 컷오프된 주호영 의원이 당을 상대로 낸 공천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법이 일부 인용하는 일도 벌어졌다. 극심한 공천 갈등과 혼란은 선거 후에도 큰 후유증을 남길 것 같다.
김무성 대표가 24일 이재오, 유승민 의원 탈당 지역구 등 5개 지역의 무공천 방침을 밝히며 '옥새 투쟁'을 사실상 선언함으로써 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긴급기자회견에서 "잘못된 공천을 최소한이나마 바로잡아서 국민께 용서를 구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선관위 후보등록 만료일(25일)까지 최고위에서 해당 지역의 공천 심사를 추인하고 당 대표 직인을 찍지 않을 경우 이들 지역은 무공천 지역으로 남게 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정치적 파장은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당 대표가 옥새 투쟁까지 벌이는 것이 최선인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공천 과정에서 당헌·당규에 따라 원칙과 정도의 길을 갔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 수없이 생겼다"고 당 대표까지 비판하는 상황을 초래한 당내 공천주도 세력의 일차적 책임이 무겁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야당도 국민을 실망하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패권주의와 당내 운동권 문화 청산의 제스처를 취하던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선정을 둘러싼 패권 다툼으로 민낯을 드러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사퇴 의사 철회로 갈등은 봉합됐지만 총선 이후 패권투쟁 재연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3당 구축의 깃발 아래 정치혁명을 선언한 국민의당은 적대적 양당 공생관계를 깰 비전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4·13 총선 후보 등록이 시작됐다. 공식 선거전은 오는 31일 시작되지만 4년간 국민을 대신할 제20대 국회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레이스는 사실상 시작됐다. 지금 같은 정치권을 용납해 온 것은 유권자들이다. 국민이 무서운 줄을 이번만큼은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정치인들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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