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5.07 강인선 논설위원)
설마 했던 트럼프 공화당 후보로
사회에 불만 품은 백인 남자들, 유색인종에게 역차별당하고 유권자 중 백인 비율 줄어
정치 발언권 축소됐다는 위기감… 트럼프 신드롬 일으켰지만 백악관 입성 쉽진 않을 것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
'설마' 하다가 공화당이 트럼프에게 납치된 꼴이다.
아무리 너그럽게 봐도 대통령감은 아닌 것 같은데 미국인들은 도대체 왜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뽑은 것일까.
트럼프를 공화당 후보로 밀어올린 프로펠러는 '백인 남자들의 분노'였다.
트럼프를 공화당 후보로 밀어올린 프로펠러는 '백인 남자들의 분노'였다.
대학 교육은 못 받았지만 열심히 일해 팍팍하게 살아가는 중년 백인 가장쯤 된다.
젊었을 땐 그 나이가 되면 더 잘살 거라고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은 어쩌면 세상이 잘못되어서일
것이라고 좌절한 채 살아가는 남자들이다.
어느 날 그들의 심정을 제대로 이해해주는 것 같은 정치인이 나타났다.
그는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위선적인 말이나 늘어놓는 다른 정치인과 달랐다.
트럼프는 "교육 잘 받은 흑인이 일자리를 구할 때 교육 제대로 받은 백인에 비해 엄청나게 유리하다.
나도 그런 흑인이 되고 싶다"라고 했다. 생각은 했어도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하던 말이었다.
미국 사회에서 백인 남성들이 느끼는 불만과 불안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미국 사회에서 백인 남성들이 느끼는 불만과 불안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지난해 연말 미국 NBC 방송이 조사해 보니 미국인 중 '1년 전보다 더 큰 분노를 느낀다'고 대답한 사람이 49%였다.
백인이 흑인보다 더 화가 나 있었고, 남자가 여자보다 더 화를 내고 있었다.
또 공화당원이 민주당원보다 더 분노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분노를 심하게 느끼는 집단은 공화당 성향의 백인 남자들이었다.
뉴스를 보다가 하루에도 몇 번씩 울컥 화가 치미는 걸 참고 산다고 했다.
오랜만에 속 풀리는 얘기를 들은 백인 남자들은 투표장으로 달려가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다.
오랜만에 속 풀리는 얘기를 들은 백인 남자들은 투표장으로 달려가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다.
공화당 주별 경선에서 유권자 중 남자가 많을수록, 연방정부에 대한 분노가 클수록 트럼프가 쉽게 승리했다고 한다.
특히 주류 사회에서 밀리고 경제적으로 뒤처져 있다고 느끼는 백인들이 트럼프 지지 세력이었다.
인종 요인도 컸다.
최근 한 미국 대선 연구를 보면 공화당이든 무당파든 자신이 백인이라는 의식이 강할수록 트럼프를 지지했다.
백인이 차별받거나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역시 트럼프 지지 성향이 높았다.
고용주들이 유색인종을 고용하기 때문에 백인들의 일자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역시 트럼프 지지자였다.
미국 사회의 주류는 여전히 백인이다. 하지만 유색인종이 빠르게 늘어나 다수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미국 사회의 주류는 여전히 백인이다. 하지만 유색인종이 빠르게 늘어나 다수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히스패닉을 제외한 백인이 전체 유권자 중 차지하는 비율이 2000년 대선 때 78%였다. 2016년 대선 때는 69%로 줄었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오바마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엔 이 같은 인구 구성의 변화가 있었다.
유색인종 증가 추세가 계속되면 미국 정치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미국 정치에서 인종 문제는 생각보다 큰 의미를 갖는다.
미국 정치에서 인종 문제는 생각보다 큰 의미를 갖는다.
마이클 테슬러 조지 워싱턴대 교수는 "미국인의 정치적 의견은 이념보다 사회 집단에 대한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소수 세력, 특히 흑인을 보는 태도가 백인들의 정치적 성향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오바마 집권 시기를 거치면서 이런 성향은 더 심해져 공화당 사람들이 인종 문제에 대해 더 보수화됐다고 한다.
그런 분위기가 있었기에 공화당은 지난 대선에선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을 트집 잡고,
인종·종교·이민 등에 대해서 막말을 늘어놓은 트럼프를 대통령 후보로 뽑을 수 있었다.
1980년 레이건 당선 때 백인 남성의 63%가 그를 지지했다.
2012년 대선에서 패한 미트 롬니도 62%를 얻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려면 백인 남성 70%의 지지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분노한 백인 남성들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을까.
그의 막말에 분노한 세력이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가는 길을 쉽게 열어주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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