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 근처를 지나다 보니 산비탈에 아주 넓은 인삼밭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주목과 차양막이 질서 정연하게 서 있습니다. 그런데 각도를 달리해서 보니 지주목이 마치 십자가처럼 보입니다. 검은색 장막까지 쳐져 있으니 마치 거대한 공동묘지를 보는듯 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2016.05.09 14:44
인삼은 원래 깊은 숲 속에서 자라는 음지식물입니다. 직사광선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인삼을 재배할 때는 검은색 차양막을 칩니다. 빛을 가리고 인삼에 맞는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 줍니다.
전북 고창 근처를 지나다 보니 산비탈에 아주 넓은 인삼밭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주목과 차양막이 질서 정연하게 서 있습니다. 그런데 각도를 달리해서 보니 지주목이 마치 십자가처럼 보입니다. 검은색 장막까지 쳐져 있으니 마치 거대한 공동묘지를 보는듯 합니다.
사진은 레토릭의 미학입니다. 십자가와 검은색이 만들어내는 죽음의 상징. 시로 치면 직유법과 환유법 정도 될까요. 사진장이가 이런 장면을 지나칠 수 없지요. 차를 세우고 이곳, 저곳을 둘러봤습니다. 인삼밭 너머로 푸른 보리밭이 보입니다. 초록색과 검은색의 대비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나눕니다. 공교롭게도 인삼밭의 십자가와 검은 장막이 묘지까지 둘러싸고 있습니다. 보신제인 인삼밭에서 죽음의 레토릭을 읽습니다.
주기중 기자·clickj@joongang.co.kr
전북 고창 근처를 지나다 보니 산비탈에 아주 넓은 인삼밭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주목과 차양막이 질서 정연하게 서 있습니다. 그런데 각도를 달리해서 보니 지주목이 마치 십자가처럼 보입니다. 검은색 장막까지 쳐져 있으니 마치 거대한 공동묘지를 보는듯 합니다.
주기중 기자·click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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