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7.01 선우정 논설위원)
싱가포르엔 태형(笞刑)이 있다. 때리는 형벌이다.
죄수를 나무 틀에 단단히 묶어놓고 1.2m 나무 몽둥이로 3m 뒤에서 달려와 후려친다.
충격이 워낙 커 한두 대 맞고 혼절하는 경우도 있다. 깨나면 다시 팬다.
상처가 깊으면 치료를 하고 아물 때를 기다렸다가 또 때린다.
사형 집행도 다반사다. 25년 동안 400명 이상 교수대에 매달렸다.
▶싱가포르의 형벌제도를 만든 고(故) 리콴유 전 총리는 어린 시절 아버지 로션을 훔쳐 발랐다가
아버지에게 귀를 잡혀 우물에서 허우적거린 공포를 체험했다.
청년 시절 싱가포르를 점령한 일본군이 교수형으로 싱가포르인을 길들이는 것도 지켜봤다.
보통 사람이면 반감을 가졌겠지만 그는 통치에서 '공포의 효용'에 눈을 떴다.
"국가를 다스리고 사람을 지배하는 다양한 방식을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폭력의 독점'은 근대국가의 기본이다.
국가만이 행사할 수 있는 폭력을 아무나 휘두르게 되면 사회는 정글처럼 변한다.
장제스도 대만 건국 초기 좀도둑 같은 경범죄자까지 바다에 수장(水葬)시키는 극단적 방식으로 사회 기강을 세웠다.
5·16 직후의 깡패 척결, 전두환 정권의 삼청교육대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싱가포르나 대만이나 한국이나 법에 근거하지 않은 국가 폭력으로
민주주의가 지체되고 억울한 피해자가 양산되기도 했다.
▶필리핀엔 경찰 같은 사람이 많다. 구멍가게에도 총을 든 제복 입은 남자들이 서 있다.
대부분 "가드"라고 부르는 민간인이다. 가게가 고용한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건 경찰과 마찬가지다.
몇 년 전 은행에서 돈을 찾아 나오던 한국인이 무장 강도의 총에 맞아 숨졌다.
주변에 '가드' 수십명이 있었지만 아무도 범인을 쫓지 않았다.
330년에 걸쳐 스페인 통치를 받은 필리핀은 문화가 라틴적이다.
치안도 남미 비슷하다.
부패와 나태 때문에 국가가 '폭력의 독점'에 실패한 대표적인 나라다.
▶'6개월 내 범죄 근절'을 약속해 필리핀 대통령에 당선된 두테르테가 어제 취임했다.
28년 동안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시장에 재임하면서 재판 절차도 없이 1000명 넘는 범죄자를 죽인 화끈한 인물이다.
선거 승리 후 한 달 보름 동안 벌써 마약상 59명을 처치했다.
그의 공포정치가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워 필리핀을 도약으로 이끌 수 있을까.
그가 행한 폭력과 협박 덕에 치안은 좀 나아질까.
하지만 중요한 건 어떤 나라를 만들지에 대한 정치적 비전과 경제 문제 해결이다. 아직은 모호하다.
두테르테의 필리핀이 '제2의 싱가포르'로 진화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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