記行·탐방·名畵/기행·여행.축제

[취재파일] 정열, 광기 그리고 천재성..고흐의 마지막 삶의 현장

바람아님 2016. 7. 15. 00:48
SBS 2016.07.14. 17:15

프랑스 파리에서 30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오베르 쉬르 와즈(Auvers-sur-Oise). 밀레를 비롯한 바르비종학파의 본거지이면서 인상파 화가들에게 영감을 줬던 곳으로, 불운했던 천재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생의 마지막을 보냈던 곳이기도 하다.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이곳에서 마지막 70일을 보내면서 무려 80여 개의 그림을 그려 낸, 글자 그대로 고흐가 마지막 정열을 불태운 곳이다.

그래서, 파리 근교 오베르 쉬르 와즈에 가서 보리밭과 교회 등 고흐 그림에 등장하는 장소에 가보는 것이 그림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일반적 여행 코스이다. 여기에 한 군데 더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곳은 고흐가 삶을 마감한 하숙집 Auberge Ravaux가 있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꾸며진 이곳은 반고흐의 집(http://maisondevangogh.fr/)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Auberge는 주막, 여인숙이라는 뜻으로 번역되는데, 고흐는 이 식당 3층의 조그마한 방 한 칸을 빌려서 기거했다. 식사는 아래층 식당에서 했는데, 고흐는 식당 제일 안쪽 자리를 지정석처럼 이용했다고 한다.

지금도 이곳은 식당 영업을 하고 있다. 고흐가 앉았던 자리에서 식사를 한 뒤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계단을 돌아 올라가면 고흐의 방이 나온다.

자그마한 방에 침대 하나. 고흐의 그림에서 자주 본 침실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이곳 말고도 고흐는 자신이 머물렀던 아를(Arles)이나 생 레미 드 프로방스(Saint-Remy-de-Provence) 등에서 침대와 캔버스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진 자신의 방을 자주 그렸다.

그러나, 라보 여인숙의 방은 느낌이 좀 다르다. 고흐가 근처 보리밭에서 자신의 가슴에 권총을 쏜 뒤 좁은 계단을 힘겹게 올라와 침대에 누워 며칠을 앓다가 숨을 거뒀다는 설명을 듣고 보면 가슴이 아려온다. 여기까지 보고나서 근처에 있는 고흐의 무덤까지 가보게 된다. 평생 고흐의 뒷바라지를 하다가 고흐가 숨진 지 얼마 안 돼 그를 따라간 동생 테오의 무덤과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고흐의 삶과 그림에 대해 이야기할 때 늘 따라다니는 말이 광기와 정열이다. 특히 스스로 자신의 귀를 잘랐다는 사실이 충격적인데, 더 새로운 이야기가 나왔다. 그동안 알려진 것처럼 귀의 일부를 잘라낸 것이 아니라 거의 귀 전체를 잘라내 사창가에서 청소 일을 하던 하녀에게 줬다고 영국 BBC 등이 최근 보도했다. 당시 고흐를 치료한 의사 펠릭스 레는 편지에서 고흐가 귓불 작은 일부분만 남긴 채 대부분을 잘라냈다는 그림을 그렸다.

의사의 편지를 발견한 전직 미술사 교사 버나뎃 머피는 “고흐가 잘라낸 귀를 그 여성에게 선물로 주기를 원했던 것 같다”면서 “고흐는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보면 대단히 감정적이 됐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잘린 귀를 선물 받은 여성은 얼마나 놀랐을까? 그 여성의 신고로 고흐는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고,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광기, 정열, 천재성은 그리 멀지 않은 관계인 듯하다.


(사진=http://maisondevangogh.fr/)     

홍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