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7.26 따루 살미넨·작가 겸 방송인)
한국의 푹푹 찌는 날씨를 피해 핀란드로 도망 왔다.
핀란드라는 피신처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찜통더위를 어쩔 도리 없이 견디는
한국 친구들한테는 미안한 마음이다. 요즘은 동네방네 파란 카펫처럼 깔린 블루베리를 따러 다닌다.
핀란드는 땅 주인과 상관없이 누구든 야생 블루베리를 딸 수 있다.
'만인의 권리(jokamiehenoikeus·요카미에헤노이케우스)'가 있기 때문이다.
법률에는 없지만 예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관례가 관습법처럼 정착한 사례다.
누구나 자연 속 각종 베리, 버섯과 꽃 등을 자유롭게 딸 수 있고, 땅에 텐트를 치고 먹어도 된다는 말이다. 한국 사람이 핀란드로 여행을 와도 똑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다.
직접 딴 베리나 버섯을 시장에 내다 팔아도 된다. 세금도 없다.
실제로 많은 외국인이 핀란드에서 이렇게 돈(?)을 벌어간다. 우리 엄마도 요즘 블루베리를 따느라 바쁘다.
한국인들이 김장하는 것처럼 핀란드에서는 이맘때 1년 동안 먹을 베리를 따서 원액과 잼도 만들어 냉동 보관한다.
한국에서도 요즘 블루베리를 많이 먹는데, 핀란드 것과는 맛도 생긴 것도 많이 다르다.
핀란드 야생 블루베리는 상대적으로 작고, 속살이 진한 보라색을 띠며, 새콤달콤한 맛이 강하다.
한 번 먹으면 입이 온통 새까맣게 변하고, 옷에 묻으면 포도주처럼 잘 지워지지도 않는다.
한국의 블루베리는 더 크고, 속 모양이나 맛이 포도를 닮았다. 영양에도 차이가 있다.
핀란드 야생 블루베리에는 눈 건강에 좋은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이 양식 블루베리보다 2.5배 많다고 한다.
단점은 따는 게 꽤 힘들다는 것이다. 야생 블루베리는 땅바닥에 깔려 자라서 한참을 쪼그려 따야 한다.
'악' 소리가 절로 난다. 한국에서 흔히 쓰이는 농사 방석이 왜 핀란드에는 없는 걸까.
다음에 우리 엄마에게도 선물해야겠다.
여름이면 쟁반만큼 넓은 도우에 야생 블루베리를 잔뜩 얹은 블루베리 파이가 제철 별미다.
한국의 여름에 지쳤다면, 피서도 하고 야생 블루베리와 버섯들도 마음껏 즐기고, 부지런한 만큼 돈도 벌 수 있는
핀란드로 "고고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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