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고립주의 기조에 일대 변화가 일어난 분수령은 2차 세계대전이다. 전쟁 중의 눈부신 경제성장과 최대 승전국으로서 국제정치적 위상은 미국을 전후 세계질서의 주도자로 부상시켰다. 미국은 유럽과 아시아에 걸친 냉전 질서 구축과 중동 개입 등을 통해 ‘세계 경찰’ 역할을 수행했다. 한국ㆍ베트남전 개입,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도 등은 현대 미국 개입주의 외교정책의 전형을 보여 주는 역사다. 하지만 정작 미국의 개입주의 대외정책이 정점에 이른 건 냉전체제가 종결된 1990년대다.
▦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은 빌 클린턴 대통령이 집권한 1993년부터 ‘글로벌라이제이션’ 즉 세계화를 대외정책의 기조로 본격 추진한다. 그때까지 주로 국가 대 국가 차원의 대외 개입주의에서 더 나아가, 지구 전체를 하나의 단일체제로 보는 글로벌리즘에 입각한 대외정책이었다. 경제가 그런 기조를 이끌었다. 세계무역기구(WTO) 출범과 함께 자유무역주의를 내세워 각국 시장개방이 추진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국제결제은행(BIS) 등의 규준이 각국 국경을 넘어 글로벌스탠더드로 부상한 것도 그 시기다.
▦ 그때도 보호무역정책이 가동돼 미일 간 ‘자동차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제조업보다는 금융이 신성장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각국의 자본ㆍ투자시장 개방을 위한 세계화 정책이 전반적으로 우위를 유지한 것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새 대외정책으로 ‘아메리카니즘’을 선언했다. 개입주의의 진화형이 글로벌리즘이라면, 아메리카니즘은 고립주의로의 회귀다. G2로 부상한 중국과의 무역 역조, 셰일가스 혁명에 따른 미국 제조업 부활 같은 경제문제가 새삼 아메리카니즘이라는 이름의 보호무역주의 득세를 예고하고 있다.
장인철 논설위원
'時事論壇 > 橫設竪設'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종택의신온고지신] 의세화상수(依勢禍相隨) (0) | 2016.07.27 |
---|---|
[일사일언] 쉬며 돈 버는 핀란드로 (0) | 2016.07.26 |
[길섶에서] 수제 담배/오일만 논설위원 (0) | 2016.07.23 |
"일본 인상 좋다"는 한국인 4년래 최고… 韓·日 모두 상대국 부정적 인식 줄어 (0) | 2016.07.21 |
[만물상] '지상낙원'서 '노예국가'로 (0) | 2016.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