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문’은 이렇게 경책하고 있잖은가. “세력에 의지해 남을 능멸하면 세력이 사라진 뒤 그가 나를 업신여기게 된다.(倚勢凌人 勢敗人凌我)”
정심 정도 정행(正心 正道 正行)의 길을 걸어야 하지, 측근임을 내세워 ‘사당의 쥐’ 같은 역사 퇴조의 행태를 보여선 안 된다. 고사를 보자. 아주 잘 지은 사당에 큰 쥐가 구멍을 뚫고 살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쥐를 잡으려고 불을 지르려 했지만 기둥이 타버릴까 봐 못하고, 구멍에 물을 부어 잡으려 하니 칠이 벗겨질까 봐 못하고 결국 쥐와 함께 산다는 얘기가 있다. 중국 춘추시대 제(齊) 환공이 재상 관중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데 무엇이 걱정거리인가’라고 묻자 관중이 “가장 큰 근심거리는 사당의 쥐(最患祠鼠矣)”라고 경고하는 대목이다.
또 보자. 술맛이 좋은 술집인데 장사가 되지 않았다. 술이 쉴 정도였다. 술집 주인은 주변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 집에서 키우는 사나운 개 때문이었다. 아이를 시켜 술을 받아오게 하고 싶어도 개가 달려들어 아이를 물까 봐 다른 곳에서 술을 시켰던 것이다. ‘맹구주산(猛拘酒酸)’의 고사다. 두 예화 모두 ‘한비자’에 나온다. 국민을 위해 조용히 여론을 전하는 참된 측근이 될 것인가, 백성은 안중에 없이 권력자와 특정 계파만을 위해 존재할 것인가.
도가(道家) 자허원군은 ‘정성으로 마음을 깨우쳐 주는 글(誠諭心文)’에서 “남을 손해 보게 하면 마침내 자기도 손실을 입을 것이요 권세에 의존하면 재앙이 따른다(損人終自失 依勢禍相隨)”고 경고한 바 있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依 의지할 의, 勢 권세 세, 禍 재앙 화, 相 서로 상, 隨 따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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